어느 날 우연히 길가에 핀 동국<冬菊>에 이끌려 정원 한가운데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영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박하고 예쁜 카페였어요.
정원 입구에서 카페를 들어서는 10미터 남짓의 꽃길은 마치 레드 카펫을 밝고 가는 느낌이었어요. 대부분 꽃밭에는 야생화들로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화려하지 않지만, 부지런한 주인의 손길이 느껴져서 한층 정감이 있었어요.
창가에 활짝 피어있는 마리골드꽃도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처마 끝에 매놓은 끈을 타고 올라가는 빨간 유홍초는 앙증스럽게 반짝반짝해서 별인 줄 알았어요.
작은 정원 카페를 지키고 있는 주인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요. 잠시 궁금했던 모습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예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예쁜 앞치마를 두르고, 얌전하게 미소로 맞이하는 중년의 모습은 수줍은 소녀 같았어요. 어쩌면 미소가 이토록 아름다울까. 우아한 미소에 반해서 나도 모르게 따라서 미소 짓게 되더군요.
넓지 않은 카페 안 한 쪽 벽에는 손수 만든 갖가지 꽃 차로 가득했어요. 연꽃, 목련, 히비스커스, 국화, 진달래, 복숭아, 맨드라미, 구절초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였어요.
꽃차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니 주인의 부지런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선호하는 효능이 있는 마리골드 차와 국화차를 주문하고 맛과 향기를 체험했습니다.
마리골드 차의 부담스럽지 않은 맛과 향에 빠져 그때부터 즐기게 되었습니다. 친구처럼 편안한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랄까요. 꽤 오랫동안 마리골드에 빠졌어요.
꽃 차를 다 우리고 나면
찻잔에 다시 꽃이 피어나요
다 내주고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피어납니다.
참 고마운 친구로요.
2022.8.24. 글 중에서.
전문적인 솜씨는 아니어서 제대로 된 맛과 향을 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주 좋았어요. 깨끗한 곳에 핀 꽃으로 꽃 차를 만들어서 이웃과 나누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었습니다.
지금도 마리골드 차를 마시면 처음 동국<冬菊>을 따라 들어선 작은 카페의 아름다운 정원과 주인의 단아한 모습과 미소. 혀끝에 도는 꽃 차의 첫맛과 향기에 빠졌던 때가 떠오릅니다.
지금 마리골드꽃을 소독하고 깨끗이 씻어서 찜기에 찐 후에 건조 중입니다. 하루의 수고로움이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즐거운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잠시 머문 마음이 작은 울림으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