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아, 자랑스러워
“할머니, 저기 산 너머 노을이 빨갛게 물든 건 해가 거기에 머물러 있어서 그래요.”
우리 서진이가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할머니한테 가르쳐 준말이란다. 기억나지? 할머니는 그 순간 심쿵했어. 아직 쪼꼬맹이인데 노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느끼고 말할 줄 아는 어린이로 잘 컸네? 하고 은근히 귀엽고 대견했어.
“할머니, 노을이 왜 빨간 줄 아세요?”라는 너의 물음에 할머니는 무슨 말을 할까 하고 엉거주춤하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어. 네가 6살 때였으니까, 할머니의 6살은 노을을 아직 잘 몰랐어.
어린아이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다가 어떻게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지? 그 후로 해가 질 무렵이면 노을을 기다리게 되고, 또 그때마다 너를 생각한단다.
아기 때부터 에너지가 넘쳐서 활동적인 놀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4년이 넘도록 바둑을 즐기고 꽤 좋아하는 걸 보면 서진이가 점잖은 면도 함께 지니고 있나 봐.
그래서 서진이랑 할머니는 잘 통하나 봐.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워. 할머니도 오래도록 서진이 가슴속에 빨간 노을로 머물고 싶어.
서진이 하고 대화하면 참 잘 통해. 할머니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조곤조곤 설명해 줄 때 보면 듬직하고 대견스러워. 그래서 우리 서진이를 좋아하고 자꾸자꾸 보고 싶어지나 봐.
또 어떤 때는 고집스럽게 네 생각을 굽히지 않을 때, “이렇게 하면 어떨까?”하고 이유를 설명하면 “그게 좋겠어요.”라고 금방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너무 멋져. 완전 최고야!
때로는 내가 조금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좋은 결과가 되어 돌아올 때도 있거든. 지금은 네가 어리니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 아직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아.
서진아, 할머니는 방학이 기다려진단다. 방학이 기다려진다는 것은 너를 기다린다는 뜻이지. 12월 지나면 곧 너를 오래 볼 수 있겠구나.
할머니가 기다리는 방학은, 우리 서진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외가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지. 키가 크고 잘생긴 서진아 언제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