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어른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건 뭘까

by 부귀영화

추천곡: 잔나비- 꿈과 책과 힘과 벽


공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걸 보면, 서서 유심히 보게 된다. 서로 밀치며 싸우다가도 금세 웃으며 다시 노는 단순함이 좋다. 그 안엔 계산도, 체면도, 두려움도 없는 듯해 보인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만 같달까. 나도 분명 저런 때가 있었는데.


순수한 게 미숙한 게 되어버리고, 솔직한 게 무례한 게 되어버린 건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땐 어른이 멋있어 보였다. 뭔가 다 아는 것 같았고, 모든 걸 척척 해낼 것 같았다.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어린아이 보다 더 겁이 많아진 나를 보곤 한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눌러 삼키고, 체념을 성숙이라 부르며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어른들을 보며 겁쟁이가 따로 없다고 느낀다.


동남아 코끼리 체험 코끼리의 발목엔 쇠사슬이 묶여 있다. 어릴 땐 벗어나려고 하다가 매질을 당하고, 그 기억 때문에 커서도 도망치지 않는다. 충분히 끊을 힘이 있는데도, 코끼리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도 그렇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다.

상처받을까 봐, 틀릴까 봐, 외로워질까 봐.


사람들은 그걸 ‘성숙’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나는 이게 성숙이 아닌 체념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성숙은 세상을 받아들이되,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인데, 대부분의 어른들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을 지워버린다. 빛바래 간다는 게 이런 것 아닐까. 원래의 색을 잃고, 주변에 맞춰 옅어지는 것. 이게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말에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불안한 어른이 된다는 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붙잡으려 애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게 완전히 붙잡히지 않아도, 적어도 기억하려는 마음만큼은 남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변해도, 나의 마음까지 변하지 않게. 그 불안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 어쩌면 마지막으로 남은 순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