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무려 ‘165억 원’ 쓸어 담은 한국 영화

한국 영화사 새 역사 쓴 ‘쉬리’

by 이슈피커

1999년 개봉한 ‘쉬리’는 국내 박스오피스 역사를 다시 쓴 영화다. 전국 620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관객 수로 한국 영화의 최고 흥행작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전까지 외화 일색이던 극장가에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알렸다.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견줄 만한 대규모 자본, 화려한 액션, 치밀한 서사가 결합된 작품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쉬리’의 성공 이후 한국 영화계에는 거대한 변화가 일었고, 대작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서막


‘쉬리’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현실화한 작품이다. 과감하게 투입된 제작비와 수준 높은 특수효과, 국내외 로케이션 촬영 등은 이전까지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1-16-843x1200.jpg 사진=CJ ENM

작품의 중심에는 세 명의 남자가 있다. 한석규가 연기한 유중원은 과거 특전사 707특임대 장교 출신으로 국가정보기관에 특별 채용된 인물이다. 군 복무 시절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정보기관 요원이 된 설정은 그가 보여주는 집요함과 전략적 사고의 근간이 된다.


최민식이 연기한 박무영은 북한 특수부대 소좌로, 남한에 침투해 신형 폭탄 CTX를 노리며 테러를 모의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과거 257기 여객기 사건으로 얽힌 악연까지 존재해, 극 내내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이장길은 OP 요원으로, 냉정한 판단력과 강한 우정으로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한다.

2-18-843x1200.jpg 사진=CJ ENM

송강호가 연기한 이장길은 유중원의 든든한 동료이자, 냉정함과 인간미를 모두 갖춘 OP 요원으로 그려진다. 그는 아버지가 공군 조종사 출신이라는 설정답게, 소음에 민감하고 뛰어난 감각을 지닌 캐릭터다. 유중원과 함께 북한 요원 이방희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내부에 정보가 새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직감한다.

‘쉬리’는 복잡한 남북 대치 구도 위에, 정보전과 심리전, 의심과 배신이 교차한다. OP 요원들은 내부에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유중원과 장길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이명현과 금붕어, 도청기와 같은 장치들은 극에 치밀한 서스펜스를 더한다. 박무영이 경찰특공대 복장을 훔쳐 축구경기장 테러를 감행하는 장면, 유중원과의 마지막 대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3-18.jpg 사진=CJ ENM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관람객들은 "다시 봐도 너무 잘 만들고 너무 재밌는 영화다. 안타깝게도 2025년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나라의 관계는 안타깝고", "이 작품에 관련된 모든 분들은 평생 자랑스러울듯… 지금 봐도 엄청나다", "한국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게 호들갑이 아님", "세월이 흘러도 N차 관람해야 할 명작! CGV는 개봉관을 늘려달라", "왜 한국영화의 획을 그었다는지 알게 된 영화…이 영화 뒤로 큰 발전이 없었다는게 놀랍다", "쉬리를 극장에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쉬리', 전국 620만·일본 개봉 한국 영화 흥행 5위


작품의 흥행은 한국 영화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대형 자본이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장르의 대작 영화가 연이어 제작됐다.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은 모두 ‘쉬리’ 이후 한국 영화계가 획득한 자신감의 산물이었다. 기술적 진보, 장르적 다양성,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4-17.jpg 사진=CJ ENM

또한 ‘쉬리’는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 가능성까지 열었다. 일본에서는 100만 명을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고, 18억 엔(한화 약 165억 원)이라는 수익을 올렸다. 일본 영화 시장에서 아시아 영화가 3억 엔을 넘기기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다. ‘쉬리’는 일본 내 한류 붐의 시초로 자리 잡으며, 오늘날까지도 역대 일본 개봉 한국 영화 중 흥행 5위를 지키고 있다.

5-11.jpg 사진=CJ ENM

현재까지도 ‘쉬리’는 한국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국내외 수많은 영화인들이 작품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으며, 관객들은 극장에서 처음 느꼈던 그 긴장감과 몰입을 여전히 기억한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쉬리’의 가치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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