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2004년 개봉과 동시에 전국 2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개봉 당시 멜로 영화 중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고 일본에서도 30억 엔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아시아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개봉 이후 15년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영화계 흥행작으로 꾸준히 언급돼왔으며 네이버 영화 기준 평점 9.09점을 유지하며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작품은 개봉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멜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재한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 손예진이 주연한 작품은 일본 단막극 ‘퓨어 소울: 네가 나를 잊어도’를 원작으로 삼아,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증후군을 앓게 된 여성과 평범한 건축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영화가 처음 극장에 걸렸을 당시만 해도 멜로 장르에서 이처럼 무거운 소재와 깊은 감정선을 다룬 작품은 흔치 않았다. 개봉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극장가를 휩쓸었고 256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너는 내 운명’이 나오기 전까지 정통 멜로 영화로서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일본에서도 30억 엔이 넘는 수익을 거두며 대성공을 거뒀고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손에 꼽히는 흥행 기록을 유지했다.
손예진이 연기한 수진은 평소 건망증이 심하다. 편의점에서 산 콜라와 지갑까지 깜빡 잊고 나오는 일이 많다. 어느 날 산 콜라와 지갑을 편의점에 두고 온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돌아갔을 때 콜라를 들고 있던 한 남자와 마주친다. 덥수룩한 수염에 허름한 옷차림, 첫인상만 보면 부랑자처럼 보이지만 그는 다름 아닌 정우성이 연기한 철수였다. 수진은 그가 자신의 콜라를 훔쳤다고 오해해 그의 손에 들린 콜라를 단숨에 뺏어 마신다. 이후 트림까지 한 뒤 콜라 캔을 돌려주고 버스에 오르는데 오르자마자 지갑을 두고 온 사실을 또 깨닫고 다시 편의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직원이 건네주는 지갑과 콜라를 받고 나서야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만 이미 철수는 사라진 뒤였다.
이런 우연한 만남이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진의 회사 전시장 수리 현장에서 다시 마주친 두 사람. 철수는 수진을 처음 보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자마자 수진의 손에서 콜라를 빼앗아 시원하게 마시고 트림까지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후 퇴근길에 핸드백 날치기를 당한 수진을 철수가 도와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점차 가까워진다.
철수는 평생 사랑이나 가족은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기는 인물이다. 어릴 때 친엄마에게 버림받아 대목장에게 맡겨지고 9살 때부터 목수일을 시작해 30대 초반에 이미 20년 넘는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겉으론 거칠고 직설적인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외로움과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 수진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결국 수진의 끈질긴 청혼을 받아들이며 결혼을 결심한다.
행복한 신혼의 시간도 오래가지 않는다. 수진의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한다. 도시락에 밥만 두 개를 싸서 주거나, 매일 가는 집조차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철수도 점점 걱정이 깊어지고, 결국 병원을 찾은 수진은 자신의 뇌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는다. 수진은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대”라는 한마디로 자신의 상태를 담담히 철수에게 전한다. 이 순간부터 두 사람은 커지는 상실과 두려움에 맞서게 된다.
수진은 점차 기억을 잃기 시작하고, 철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기에 이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수진을 지켜보는 철수의 고통과 안타까움이 깊게 드러나며 영화의 감정은 절정에 이른다.
깊은 감정선과 흔치 않은 소재 덕분에 관객들의 평가 역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좋다. 네이버 영화 기준 평점 9.0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다양한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관람객들은 “미친 듯이 울고 왔다”, “내 인생 가장 슬픈데 재미있고 영상미에 음악까지 절묘한 최고의 영화”, “스토리는 예상할 수 있지만 정우성과 손예진의 연기가 모든 걸 압도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가는 과정이 가슴 아프지만, 그걸 담담히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깊이 감동받았다”, “다시 봐도 눈물 나고 여운이 남는 영화” 등 진심 어린 감상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