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소녀를 가뒀을까, ‘맨 인 더 다크 2’의 진짜 이야기
퇴근길, 버스 안에서 무심코 휴대폰을 열었다가 ‘맨 인 더 다크 2’ 예고편이 재생됐다. 조용한 정적 속에서 바닥에 흐르는 물, 숨소리마저 가늘게 줄어든 인물의 표정, 느릿하게 열리는 문. 그 몇 초가 내 하루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영화를 틀었다. 두 시간 가까이 숨이 막히는 듯한 몰입 속에 앉아 있었다.
영화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 이후 8년 뒤에서 시작한다. 시각을 잃은 노인은 어느 날 피닉스라는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이름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할 나이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건 울타리 안의 훈련과 규율뿐이었다. 학교 대신 생존법, 친구 대신 고립. 처음엔 보호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통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침입자가 들이닥친다. 낯선 남자들의 그림자가 벽을 스친 순간, 숨소리가 한층 가빠졌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의 가장 무서운 존재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라는 것을. 노인의 싸움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무대가 집 안에서 외부로 확장되자,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궤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피닉스는 처음엔 피해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발걸음에는 망설임보다 결심이 많아졌다. 노인을 신뢰하면서도 경계하는 시선, 그리고 끝내 선택하는 길. 이 영화가 단순한 추격극이 아니라 불편한 감정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이 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균열 때문이다.
전편의 십대 빈집털이범 대신, 이번엔 과거가 얽힌 어른들이 적으로 등장한다. 모두가 악인 같아 보이고, 선과 악의 경계는 흐릿하다. 관객은 끊임없이 판단하게 되고, 그럴수록 긴장감은 높아진다. 한 번도 쉬어갈 틈 없이 화면이 전환되고, 숨소리와 발걸음이 뒤섞이며 몰입이 이어진다. 스크린 앞에서 고개를 돌릴 수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작품은 전편의 각본을 함께 썼던 로도 사야구에즈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어둠을 활용하는 방식과 공간을 파고드는 카메라 움직임, 그리고 뒤틀린 주인공의 설정은 여전히 살아있다. 속편으로서의 무게를 지니면서도, 그 세계를 넓혔다. 하지만 몇몇 관객은 “이야기의 확장은 반갑지만, 전작의 기묘한 밀폐감이 줄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2016년 개봉한 ‘맨 인 더 다크’는 제작비 대비 16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작은 예산으로 압축된 긴장감을 만들어낸 보기 드문 공포 스릴러였다. 그 뒤를 잇는 이번 영화 역시 개봉과 함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피닉스의 존재와 함께 얽히는 미스터리, 그리고 한층 강해진 액션이 전편보다 더 깊게 끌어당겼다.
전작을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공기 속에서 새로운 전개를 즐길 수 있었고, 처음 보는 사람도 별도의 설명 없이 바로 빠져들었다. 온라인에는 “이게 2편이면 1편도 궁금하다”, “진짜 숨 못 쉬고 봤다”는 반응이 줄지어 올라왔다. 단순한 시퀄이 아니라, 같은 어둠 속에서 다른 방향을 보여준 영화로 남았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도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들었던 숨소리와 발걸음이 여전히 귓가에 남아 있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진짜 스릴은,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그 감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