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박지현 주연 '은중과 상연'
저녁 뉴스를 켜자 화면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김고은과 박지현, 두 배우가 함께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제목은 ‘은중과 상연’. 몇 날 전부터 한국에서는 꽤 회자되고 있었는데, 정작 해외에서는 그다지 반응이 없다는 소식이었다. 같은 작품을 두고 이렇게 다른 온도가 존재한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플릭스패트롤 차트에서 한국 1위, 일본 5위라는 성과는 분명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수많은 나라에서는 톱10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이어졌다. 한 나라에서 깊이 받아들여진 이야기가 다른 곳에서는 외면받는 모습. 그것은 마치 같은 바다에 던져진 두 개의 돌이 서로 다른 파문을 남기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성격 때문일까. ‘은중과 상연’은 범죄도, 판타지도 아니다. 속도를 앞세운 서사도 아니다. 두 여성이 함께 걸어온 세월, 그 안의 애증과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드라마다. 국내 시청자에게는 바로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에게는 갈등이 희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정적이 오래 머무는 화면 앞에서 마음을 붙잡기란 쉽지 않으니까.
또 한 가지는 길이였다. 글로벌 시장이 선호하는 짧고 밀도 높은 호흡과 달리, 이 작품은 15부작으로 기획됐다. 초반 몇 화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하면 쉽게 놓아버리게 되는 구조. 길게 호흡을 잡고 감정을 따라가야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관객의 인내를 시험한다.
서사 자체도 낯설지 않았다.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나 알모도바르의 작품들과 닮았다는 말이 떠돌았다. 온라인에서는 “익숙한 이야기”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새로운 결을 보여주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었을 것이다.
줄거리를 떠올리면, 은중과 상연은 십 대 시절부터 붙어 다닌 친구였다. 질투와 동경이 교차하던 시절을 지나 결국 멀어지고, 마흔셋의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된다.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자는 부탁. 그 안에서 수십 년 쌓인 감정이 천천히 흘러나온다. 은중 역의 김고은은 솔직하면서도 매력을 지닌 인물로, 상연 역의 박지현은 영화 제작자로서 독립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조연들의 이야기도 얽히며 극의 결을 조금씩 두텁게 만든다.
그럼에도 결국 이 작품은 감정을 오래 머물게 하는 드라마였다. 누군가에게는 깊은 여운이 되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느린 흐름의 벽이 될 수도 있다. 세계 시장은 속도와 장르적 강렬함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반대편에서 잔잔하게 파문을 그린다.
뉴스가 끝나고도 한동안 화면 속 장면들이 떠올랐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미미하다고 해도, 그것이 작품의 가치를 모두 말해주는 건 아닐 것이다. 각자의 기억 속에서 오래 살아남는 드라마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성적의 명암이 갈린 자리에서 나는 오히려 그런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