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낯선 세계

새로운 시도의 무대, 영화 '중간계'

by 이슈피커
common.jpg 사진=CJ CGV

장례식장에 앉아 있으면 묘한 정적이 흐른다. 사람들은 눈물을 훔치거나 작은 한숨을 내쉬지만, 그 틈새에 낯선 긴장감이 스며들기도 한다. 영화 중간계의 시작도 그랬다.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돌발적인 사건에 휘말리며 ‘이승과 저승 사이’라는 경계로 떨어져 버린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 설명하기 어려운 공간 속에서 그들은 도망치고 맞서며 살아남으려 애쓴다. 관객은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불안한 숨결을 함께 느끼게 된다.


특히 텅 빈 도시 한복판에서 저승사자와 마주한 장면은 마치 꿈속 악몽처럼 다가온다. 소리가 지워진 듯 고요한 배경, 그 안에서 영혼을 거두려는 차가운 그림자가 다가올 때 긴장은 극에 달한다. 지하철역에 홀로 서 있던 인물이 공포에 휩싸여 쓰러지는 순간, 현실의 공간도 함께 무너져 내리는 듯하다. 사찰에 깃든 불빛조차 불안하게 흔들리며 이 세계가 단단히 닫힌 곳이 아님을 암시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서사의 설정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최초로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된 장편 영화라는 점이 가장 큰 화두다. 영화 속 감정과 장면, 화면의 결을 어떻게 기술이 불러낼 수 있을까. 제작 단계부터 수많은 궁금증이 따라붙었다. 배우들 역시 촬영 과정에서 이 ‘새로운 시도’를 피부로 느꼈다고 말한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는 고백 속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영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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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포인트는 배우들의 조합에서도 이어진다. 장원 역을 맡은 변요한은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깊은 연기 세계를 보여준 배우다. 미생에서 자유로운 청년을 그려내던 모습, 미스터 션샤인에서 능청과 호탕함을 오가던 연기가 여전히 떠오른다. 그가 이번에는 경계의 세계에 떨어진 인물을 어떻게 풀어낼지, 관객은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반면 설아 역의 방효린은 이제 막 충무로에 발을 내디딘 신예다. 지난해 지옥만세로 데뷔했고, 최근에는 드라마 애마에서 당돌하고도 간절한 신인 배우를 연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경계의 세계에서 맞닥뜨릴 낯선 공포를 어떻게 표현할지, 신인의 패기와 호흡이 작품에 어떤 온도를 더할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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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중간계는 베테랑과 신인의 만남, 익숙한 장르에 첨단 기술이 얹힌 독특한 조합이다. 흔히 관객들이 ‘새로움’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 익숙한 틀 안에 낯선 요소가 들어왔을 때 생겨난다. 이승과 저승이라는 오래된 이야기에 AI라는 현대적 도전이 겹쳐지며, 영화는 전에 없던 질감을 띠게 된다.


경계라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매혹시킨다. 발을 딛고 있는 곳이 단단한 현실인지, 혹은 잠시 스쳐 가는 환영인지 알 수 없는 순간. 우리는 두려워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중간계가 보여주려는 것도 아마 그런 감각일 것이다. 발 아래가 무너지는 듯한 불안과, 동시에 새로운 세계를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설렘.

common (1).jpg 사진=CJ CGV

다음 달, 영화관 스크린이 어둠 속에서 켜지는 순간 관객은 그 경계의 문을 함께 통과하게 된다. 기술과 상상이 맞닿은 그곳에서 우리는 얼마나 낯선 풍경을 마주하게 될까. 답은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작품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익숙한 장르의 외피를 두른 채, 결코 낯설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이끌어가는 것. 그 여정에 동참하는 순간, 관객은 비로소 자신만의 ‘중간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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