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았던 드라마

이상해서 더 아름다웠던 이름, 우영우

by 이슈피커
사진=ENA 공식 홈페이지

2022년 여름이었다.

퇴근길 전철 안에서, 앞자리 여고생들이 나눠보던 휴대폰 화면에 눈길이 갔다.

무심코 흘긋 본 장면엔, 고래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 옆엔 짧은 자막.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낯선 제목. 낯선 이미지. 그런데 어쩐지, 그 고래가 궁금했다.


며칠 뒤 나도 모르게 첫 회를 재생했다.

시작은 조용했다. 잔잔한 색감, 어색한 대사, 예측하기 힘든 시선 처리.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금세 익숙해졌다.

우영우라는 인물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말없이 들어앉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신입 변호사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한 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소통은 서툴고 불편하다.

그 어긋남은 때로 불안했고 때로는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대사 하나, 표정 하나가 느리게 천천히 쌓인다.

그 속에서 우영우는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한다.

그건 ‘정상’이라는 말로 묶여 있던 세상의 틀을 조금씩 흔들었다.

그 흔들림이 불편하기보다 따뜻했던 건 그 곁의 사람들 덕분이었다.


2.jpg 사진= ENA 공식 홈페이지

그중 한 사람이 준호였다.

법무법인 송무팀 직원.

언제나 공손하고 따뜻한 눈을 가진 사람.

처음 준호는 영우를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으로만 여겼지만

어느새 ‘같이 웃는 사람’이 된다.

이해는 노력이고 공감은 흐름이라는 걸 그는 말없이 보여준다.


정명석 변호사도 빼놓을 수 없다.

우영우의 멘토.

차갑고 철두철미한 법정의 베테랑이지만 점점 영우의 진심을 알아간다.

그는 우영우를 통해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에 대해 다시 배운다.

그 변화는 크지 않지만 선명하다.

3.jpg 사진= ENA 공식 홈페이지

또 하나의 축은 로펌의 동료들이다.

최수연, ‘봄날의 햇살’ 같은 인물.

보이지 않게 우영우를 배려하며 무심한 듯 따뜻하게 곁을 내준다.

권민우는 그 반대다.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으로 끊임없이 비교하고 의심한다.

그의 존재는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정 드라마로서 사건에 대한 명확한 판결을 내리지만

동시에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누가 상식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그 질문은 매회 조금씩 마음속을 두드린다.


그래서일까.

처음엔 0%대였던 시청률이 17.5%까지 올랐다.

드라마가 끝날 즈음엔 지하철 광고판에도, 커뮤니티의 짧은 댓글에도,

우영우는 이미 누구의 이야기, 아니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입소문은 무섭게 퍼졌다.

2회 1.8%, 3회 4%, 4회 5.1%를 넘기며

이 드라마는 방송 시간대 1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내맞선’, ‘우리들의 블루스’

모두를 뛰어넘었고 마침내 그해 최고 시청률까지 기록했다.


그간 비주류라고 불리던 ENA라는 채널.

화려한 스타도, 마케팅도 없던 시작.

그러나 ‘우영우’는 스스로 증명했다.

좋은 이야기는 결국 도착할 곳에 닿는다는 걸.


그 해 여름, 나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을 기다렸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고래는

마치 우리 마음속의 작은 파동처럼, 조용히 헤엄쳤다.

누군가는 말한다. “드라마가 좀 이상하더라.”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해서 좋았고 이상하니까 눈물이 났다.


마지막 회가 끝난 날,

나는 다시 1회를 재생했다.

분명 같은 장면인데도 느낌이 달랐다.

그건 아마, 그동안 내 안에서 바뀐 무언가 때문일 것이다.


우영우는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는 이상했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이상함’이었다.

고래처럼. 조용하지만 강하게.

바로 그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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