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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10일의 여유, 13편의 이야기

연휴 맞이 OTT 몰아보기

by 이슈피커

거실 커튼 사이로 낮은 햇빛이 스며든다. 창밖은 조용한 연휴 초입의 풍경이다. 이따금 들려오는 택배차 소리, 먼 길 떠나는 차의 굉음, 그리고 부엌에서 전 부치는 냄새. 올해 추석은 유난히 길다. 최장 10일.


그 길고 넉넉한 시간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춘다. 가족이 모여드는 명절의 온기도 좋지만, 때로는 아무 말 없이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달콤할 때가 있다. 누워서, 혹은 앉아서, 아무 대화 없이 몰입하는 시간. 그런 조용한 방 안의 연휴를 위해 준비된 이야기들이 있다.


플랫폼들은 연휴를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의 대표작을 내놓았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이름만으로도 스크린이 꽉 찬다. 신작과 화제작, 그리고 리마스터된 명작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 긴 연휴를 채워줄, 나만의 정주행 리스트를 펼쳐본다.


1. 폭군의 셰프 (티빙·넷플릭스)

1.jpg 사진= tvN '폭군의 셰프'

셰프가 과거로 떨어진다. 왕의 입맛을 잡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요리가 권력의 언어로 바뀌는 세계.

궁중의 불 앞에서 타오르는 긴장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웃음과 설렘이 번갈아 오는 리듬이 좋다.

화제성 1위를 찍고, 스페셜 편성까지 이어지는 그 기세. 추석엔 이보다 더 화끈한 복습이 없다.


2. 탁류 (디즈니+)

2.jpg 사진= 디즈니+ '탁류'

물길을 따라 흐르는 건 단순한 상업이 아니다. 권세, 욕망, 그리고 생존의 냄새다.

조선 경강의 거리에서 펼쳐지는 운명의 서사는 무겁지만 단단하다.

화면은 시대극의 질감을 곱게 다져냈다. 연휴에 천천히 음미하기에 알맞다.


3. 크라임씬 제로 (넷플릭스)

3.jpg 사진= 넷플릭스 '크라임씬 제로'

사건 현장을 다시 걷는 추리 예능.

말 한마디, 손짓 하나가 단서가 된다.

진짜 범인은 누군가. 시청자는 플레이어가 된다.

연휴 막판 몰아보기로 남겨두기 좋은 긴장감이다.


4. 다 이루어질 지니 (넷플릭스)

4.jpg 사진=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 지니'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정령과, 마음이 단단한 한 사람의 이야기.

세 가지 소원이 인생을 뒤흔든다.

김은숙 작가의 대사 리듬은 여전히 유려하고, 김우빈과 수지가 만들어내는 온도는 따뜻하다.

첫날 공개작이니, 연휴 시작의 리듬으로 제격이다.


5. 북극성 (디즈니+)

5.jpg 사진= 디즈니+ '북극성'

유엔 대사 문주와 비밀 임무 요원 산호의 여정.

정치 스릴러에 멜로의 숨결이 스며 있다.

총성과 눈빛이 교차하는 장면에서 스산한 긴장이 돈다.

전지현과 강동원의 존재감은, 화면을 완전히 장악한다.


6. 사마귀 (넷플릭스)

6.jpg 사진= 넷플릭스 '사마귀'

킬러의 복귀, 그리고 다시 맞서는 라이벌.

액션이 단단하고 합이 깔끔하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전쟁이 손끝에서 터진다.

하루쯤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하기에 완벽하다.


7. 릴로&스티치 (디즈니+)

7.jpg 사진= 디즈니+ '릴로&스티치'

하와이의 햇빛, 푸른 바다, 그리고 작은 소녀와 외계 생명체.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가족’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색감이 선명하고, 웃음은 부드럽다.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혼자 보기에도 좋다.


8. 썬더볼츠 (디즈니+)*

8.jpg 사진= 디즈니+ '썬더볼츠*'

영웅이 사라진 자리, 결이 다른 인물들이 모인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한 팀이 된다.

티키타카는 거칠지만 묘하게 유쾌하다.

마블의 세계를 오래 따라온 사람이라면 이 팀의 조합이 반갑다.


9. 저스트 메이크업 (쿠팡플레이)

9.jpg 사진= 쿠팡플레이 '저스트 메이크업'

무대 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색과 질감, 그리고 한순간의 완성.

이효리의 목소리가 장내를 부드럽게 묶는다.

빛 아래에서 피어나는 창의와 긴장.

주말 밤이 짧게 느껴질 만큼 흡입력 있다.


10. 안나 (쿠팡플레이)

10.jpg 사진= 쿠팡플레이 '안나'

거짓말은 언제나 작은 균열로 시작된다.

한 여자가 쌓아올린 허상의 세계가 무너질 때,

수지의 시선은 차갑고 또렷하다.

밤이 깊을수록 더 몰입되는 작품이다.


11. 영어 선생님 시즌2 (디즈니+)

11.jpg 사진= 디즈니+ '영어 선생님 시즌2'

고등학교 교사들의 일과 연애, 그 사이의 흔들림.

가벼운 시작이지만, 마지막엔 묘한 여운이 남는다.

직장 코미디의 리듬이 안정적이고, 인물들의 관계 변화가 잔잔하게 파고든다.


12. 채드 파워스 (디즈니+)

12.jpg 사진= 디즈니+ '채드 파워스'

가짜 이름으로 돌아온 쿼터백.

경기와 일상에서 두 얼굴로 살아간다.

스포츠의 속도감, 코미디의 리듬이 절묘하게 맞물린다.

6부작이라 연휴에 가볍게 완주 가능하다.


13. 마지막 승부·다모·가을동화 4K 리마스터 外 (웨이브)

13.jpg 사진= 웨이브 '가을동화'

세대를 넘는 명작들이 다시 빛을 얻었다.

‘네 멋대로 해라’, ‘상두야 학교가자’, ‘여름향기’.

90년대의 질감이 선명한 화질로 돌아온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장면을 보며 웃을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긴 연휴엔 시간이 많아도 금세 흐른다.

첫날엔 추리극으로 머리를 깨우고, 다음 날엔 로맨스로 숨을 고른다.

가족이 모인 날엔 아이들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마지막엔 스페셜 편성으로 마무리한다.

그저 화면 앞에서 웃고 놀라고, 잠시 멍하니 빠져드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로운 명절이다.


창밖엔 달이 떠 있다.

누군가는 차례상을 차리고, 누군가는 리모컨을 든다.

어떤 선택이든 괜찮다.


이 연휴의 이야기는 각자의 화면에서 천천히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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