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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락미

by aa

빛바랜 벽지처럼

시간은 우리의 경계에 주름을 새기고


한때 찬란했던 빛깔들은

서서히 그 윤곽을 흐리며 슬며시 사라져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완전함 대신

결점과 부서짐을 품는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기에

그 퇴락의 자태는 더없이 우아하고 정직하다


가장 빛나던 순간보다 더 깊은 여운으로 남는 것.

그것이 바로 퇴락미 아니겠나


삶의 모든 것이 서서히 부식되어가면서도

아름답게 변해가는,

끝나지 않는 서사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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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