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불안의 지층 속에서 오늘도 고요히 침잠했다
파편화된 감정의 조각들은 감당되지 못한 언어의 잉여였고, 그 잉여는 매일 나를 잠식했다
의도되지 않은 무력감이 내 내면의 틈을 촘촘히 봉합했고 감정의 단면들은 날카로운 채로 나를 안에서부터 긁어댔다
기억은 기억이기를 멈추고 점점 더 정교한 환영으로 바뀌었으며, 나는 그 환영 속에서 희미한 결로 맺힌
구원 비슷한 걸 상상하는 게 점차 익숙해졌다
이 구상은 감각의 막다른 틈에서만 피어났고, 이따금 망막 너머에서 은은하게 흔들렸다
불확실한 언어, 수화되지 못한 감정,
그리고 아직 도달하지 않은 타인의 체온.
이 모든 것이 나를 무너뜨리진 않았지만,
구원의 부재가 나를 문장이 아닌 침묵으로 재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