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로부터

by aa

나는 항상

지금이 전부인 것처럼 사랑했어


내일을 담보로 잡지 않았고

남겨둘 여백도 허락하지 않았지


몽상가의 눈은 항상 물에 젖어 있어서

현실의 윤곽이 조금식 번져가


이 계절의 파랑은 좀처럼 데워지지 않겠지

몽상가의 마음 또한 그러하여

현실과 감정의 경계에서 조용히 유영하고 있으려나


파랑은 깊어질수록 말이 없고,

말은 없어질수록 진심에 가까워진대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


이 편지가 너에게 닿을 즈음엔

아마도 나는 조금 더 깊은 곳에 있겠지

떠난 것은 아니나 설명은 가만히 눌러둔 채

파랑 속에 조용히 머물고 있을 뿐이야


부디 무사하기를.

차가운 계절에도 당신의 호흡만은 얼지 않기를 바라


— 파랑을 건너는 몽상가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