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

雪害

by aa

사람들은 눈은 죄가 없다고 말했지만

아침에 나가보니 나무는 허리가 꺾여 있었고

가지들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하얀 침묵에 묻혀 있었어


눈은 언제나 무너진 뒤에야 아름답다는 이름을 얻어

밤새 내린 백색의 침적은 풍경을 정갈하게 봉인했고

그 아래서 수많은 것들이 제 무게를 견디다 조용히 꺾였지


부러진 것은 가지뿐만이 아니었을 거야

지나치게 정직했던 방향, 끝까지 버티려던 자세,

누군가를 향해 마지막까지 열어두었던 마음들.


설해란 차가움의 폭력이 아니라

과잉된 수용의 결과에 가까워

저항하지 않았기에 피할 수 없었고,

아름다움을 믿었기에 더 깊이 눌렸지


아침이 오면 사람들은 말하겠지 눈이 참 곱다고

그러나 그 말 속에는 휘어진 생의 각도나

되돌릴 수 없는 손상에 대한 애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니


백색은 언제나

모든 책임을 희석시키는 데 탁월했으므로

봄은 오겠지만 모든 것이 회복되지는 않을 거야


꺾인 가지는 다시 자라지 않으며

남은 것들은 그 결손을 품은 채 다음 계절을 맞이할 뿐


설해 이후의 풍경이란 견딘 자들의 얼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빛이 내려앉는 장면이야

그 침묵이야말로 겨울이 가장 오래 품는 흔적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