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잠에서 완전히 나오지 못했다
현실은 분명 단단한데 손에 쥐면
자꾸만 미끄러지는 감각만 남아
이곳이 밤인지, 낮인지 혹은
네가 남긴 여백인지 판단하지 못한 채로.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게 흐트러진다
말은 늘 한 박자 늦게 도착하고 감정은
제자리를 찾지 못해 같은 문장 근처를 맴돈다
나는 그 맴돎을, 깨어 있음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말로 가야 할 곳이 있는지.
몽중에서는 질문조차 방향을 만들지 못하니까
몽중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되돌아갈 출구를 찾지 않는 일.
이미 지나온 장면들이 모두 현재형으로 숨을 쉬고 있어 앞과 뒤의 구분은 이곳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꿈 안에서는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깨어나야
한다는 사실만이 유일하게 현실적이지만,
그 사실을 끝내 실행하지 않는 나만이 이 꿈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