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첫날이다. 전날 퇴근한 후 노들섬에 돗자리를 깔고 석양을 바라봤다. 노들섬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러나 돗자리에 앉은 후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도 나도 석양을 봤다. 긴 휴가를 낸 이유는 대단한 것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를 뺀 상태의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팀과 회사는 나를 빼고도 잘 돌아갈 것이다. 나에게 그것을 알게 하고 싶기도 했다.
혼자 있을때는 가끔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고, 당연히 입이 놀고 있으므로. 생각은 빠르게 무한대로 뻗어간다. 전에는 주로 과거에 대한 생각을 했지만, 몇 번 과거가 죄책감이 되는 장면이 생각나면, 나름대로 그 장면의 카드를 재빨리 뒤집는 훈련을 했다. 그래서 지금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하는데, 거기서 찾아오는 불안은 어쩔 수 없다는 기준을 정해버렸다. 그래서 남은 생각들은, 떠오르는 것들을 잘 보듬거나, 안전하고 간직해두거나, 도움이 되는 정보들로 추려서 받아들이곤 했다.
물을 좋아한다. 불멍보다 물멍을 좋아한다. 그리고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수영장을 가고 싶다'와는 다르다. 그러나 수영장 천정도 좋아한다. 그건 아마 귀가 잠긴 상태여서 그럴 수 있다. 수영장 천정의 패턴을 세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바다 수영을 가장 좋아한다.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로 귀가 물속에 잠기면 에어팟을 낀 것처럼 소음이 차단되고, 눈은 하늘을 마주보는 위치가 된다. 거기에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고, 거대한 천정이 순리를 따라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그건 정말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항복해야하는 순간이다. 편안해지고 너그러워지는 찰라다.
어쩌면 나는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 모르겠다. 보면 생각한 후 분류하고 판단해야하는 습관 덕분이다. 그리고 분석해야한다. 듣는 것이 차단된, 고요한 상태가 좋았는지도. 적당히 해보려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 결정하기 위해 불편해지는 것을 선택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