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도 여러가지

by 규호

그러니까 9년 전 은행권에서 IT 기획 업무를 하던 중, 여전히 기획자와 개발자 언어가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목표는 다르지 않을텐데. IT 업무란 종종 그렇다. 나는 IT 경력이 가장 오래되었으나, 글 쓰는 학과를 졸업했고, 직장생활 초반에는 심지어 컨텐츠를 직접 쓰기도 했고 이후에는 기업에서 IT 담당으로 마케팅팀에 소속되기도 했었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성과를 내려고 상위 기획에 참여하는 현업이기도, 그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는 IT 수행사이기도 했다. 그때의 업무가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마케팅 부서에서 IT서비스 구축을 총괄해야 했고 부족했지만 업무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그리고 성과를 측정한 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업무 트렌드와 노선에 맞춰서 일을 잘 확장해왔다고 한다. 고마운 얘기다.


다만 규모 있는 IT 사업을 내고, 그 업무에 대한 책임이 가중될수록 하루에도 몇 차례씩 쏟아지는 산출물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오픈을 가늠하고 동시에 그것이 개발한 시스템에 대한 유입율 등 필요한 성과로 이루어지도록 측정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제껏 내가 경험한 일반적인 IT 업무는 자체 솔루션이나 기술을 개발하면 영업을 통해 판매한다. 또는 그 기술이 필요한 업체의 채널을 운영하거나 리뉴얼한다. 그 규모가 작거나 크거나 여러가지에 참여한 것 같다. 물론 프로젝트라는 것은 비용에 따라 인력과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회사의 프로덕트 PM은 프로덕트를 개발하기 위해 기획을 하고 자체 IT 서비스를 구축해내고 성과를 측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나름대로 내가 경험했던 여러가지 관점으로 일을 보거나 하고 있지만 가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상하게 그 어떤 것에도 전문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때는 IT 업무의 핵심은 개발이니 더 알기 위해서, 직접 해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개발자가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얘기하는 R&R을 벗어나서 그 이상의 업무를 수행해야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맙게도 회사 생활을 해왔던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마케터에게는 마케터의 언어로 얘기하고, IT 기획자에게는 기획자의 언어로 얘기하고, 개발자에게는 개발자의 언어로 얘기하는 것이 업무 진행이 좀 더 잘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관리자일때는 관리자의 언어로 얘기해야지.


그리고 아직도 혼란스럽다. 내 주요 업무는 무엇이지. 나는 대부분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지만 나와 같은 형태로 일을 한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많지 않다.


경력이 적지 않은데 이런 고민을 하냐고. 9년 전만해도 워커홀릭이었지만, 실무를 하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어서 그런가.


발전적인 고민이라 생각하는데. 아직 머리속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있어서 문장으로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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