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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하 Jun 14. 2024

징크스

음악, 글, 사람들과 함께하는 오늘

나는 글을 쓸 때와 음악 작업을 할 때에 마음가짐이 각각 다르다.

글을 비교적으로 부담이 덜 하다. 짜임새 있고 적절한 어휘로 내 머릿속을 속 시원하게 풀어내도 좋고, 그렇지 못한 날엔 단지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엉터리 말들로 내 기분을 대충 방관해 적어놓아도 만족감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음악은 다르다. 몇 분마다 한 번씩 휙휙 변화는 내 애석한 감정기복에 너무나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작업실에 가는 길에 걸려온 친구 놈의 고민상담 전화에 마음을 쓰기라도 하면 작업실 도어록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까지 이런저런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하고자 했던 일에 곧바로 착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작업 중 울린 휴대폰에 재난안전문자나 휴대폰 미납요금 고지서라도 날아오는 날이면 그만큼 기분이 찜찜할 수가 없다.

매일매일 무언가 대단한 것을 내어놓아야지라는 생각은 없지만, 나름대로 집중된 상태로 내가 쓰는 가사와 내가 내는 목소리에 충분히 몰입하고 싶다.

그렇다 보니 집중력이 원하는 만큼 발휘되지 않으면 미련하게도 이것저것 탓 할만한 대상을 찾는다. 어제 잠을 충분히 못 잤나? 점심으로 매운 음식을 먹었더니 양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입 안이 찝찝한가? 숨이 찰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한 날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담배를 하나 더 피워볼까? 라며 말이다. 단순히 ‘기대만큼 잘 되지 않는 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심리가 버럭 화를 내듯 머릿속을 헤집어놓는다. 그날 그날의 컨디션이 다른 건 인정할 수 있지만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작업 방해 요인들은 줄이는 게 좋다.

우선 작업실에 갈 때에 운전은 1순위 기피대상이다. 운전을 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왠지 모를 피로함에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미 무언가 한 것 같은 느낌에 바로 창작 활동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느껴진다. 쉬는 시간도 없이 연속으로 강의를 들으러 가는 기분이다. 보통은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때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시간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기분에 영향을 끼친다. 정확히는 내 심정이 현재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왠지 모르게 그날따라 상쾌함부터 드는 아침이라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tribe called quest)의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이 와도 온 하늘과 풍경이 비에 젖은 축축한 날이면 맥 밀러 (Mac miller)나 로버트 글래스퍼 (Robert glasper)의 블랙 라디오 앨범으로 내 정서를 천천히 깨우곤 한다. 이처럼 눈을 뜬 후 첫 느낌과 기분에 음악을 맞추는 것은 좋지만, 음악에 기분이 따라가는 건 뇌의 창작을 담당하는 부분이 눈을 뜨기에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웬만하면 작업실에 가는 길에는 주변 풍경, 날씨, 사람 구경 등 작업 컨디션에 훌륭한 영양분이 될 수 있는 것들에 시선을 두려고 한다. 내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의 생김새, 세상이 내는 소리에 아무런 감상이 없다고 해도, 무의식 중 듣고 있던 음악의 리듬이 계속해서 맴돌아 뻔한 모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웬만하면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는 잔잔한 일상들을 담아 편안함을 유지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너무 과하게 신경 쓰는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마찬가지로 내 마음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으로서 피로할 때가 너무나도 많다. 또 한 음악가로서 내가 그럴 듯이 내어 놓은 유명 곡이라던지, 먹고살 만한 수입 같은 건 없지 않은가. 내 태도가 단지 사춘기 예술병 환자의 같잖은 꼴값 정도로 여겨질 때도 많다. 일정 부분은 앞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계속 품고 싶은 태도이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을 비우고 버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찾게 된 나만의 설루션이 글을 쓰는 것이 된 것이다. 글은 정신없고 산만한 정신일 때도,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일 때도 그저 그런대로 마음을 짚어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제까지는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요소가 될 수 있는 일을 줄이기 위해 온갖 핑곗거리를 징크스 따위로 부르며 지내왔다. 두려운 일을 피하려고 하는 것보다 단지 내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 잔잔한 곳에 둘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영양소가 적절히 배분된 식단으로 내 몸과 정신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는지에 신경을 쓰는 것도 좋지만, 날씨가 더워 몸에 힘이 없는 날에도, 어젯밤 충동적으로 저질러버린 과음에도 불구하고 후회와 무기력의 파도를 지나 보내고 내 마음이 안정감을 되찾는 시간. 글을 쓰며 천천히 진중하게 기다려보도록 할 것이다. 슬슬 학력, 경제력, 사회성과 경력 혹은 경험에 일정 기준과 핀트가 맞춰지는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대책 따위는 없이 하루하루 단란한 밤에 몸을 맡기던 친구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되었는지, 급여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동네에서 사는지와 같은 것들에 호기심과 오지랖을 반반씩 섞어

종종 묻곤 한다. 나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남들과 내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비교하고 있지는 않은지라는 생각 때문에 가끔 이런 내가 싫기도 하지만 결국 나는 온갖 형태와 성질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나도 그중 하나라는 것에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의 주머니에는 비싼 외제차의 차 키, 유명 브랜드 지갑 안의 입이 떡 벌어지는 현금이 튀어나올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상상도 못 한 것들을 나어놓고 자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오늘 내가 가진 징크스로 인해 알게 된 깐깐하고 예민하지만 내 자신, 그리고 주위를 탐구하려고 애쓰는 내 소중한 성격 중 하나를 꺼내보았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나중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 술도 한 잔 하게 되면, 은연 중에 마음이 통해 속에 있는 '애착감정'들을 꺼내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나로서는 단지 사회의 모든 일이 궁금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할 테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평소엔 꺼내어놓지 못했던 것들을 신나는 표정으로 구구절절 설명하고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열심히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고 그들로 인해 괜스레 기분 좋은 미소를 띨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불안하기도 두렵기도 할 날들을 보내며 멋지게 견뎌내어 줘서 고마워!

내가 가진 징크스나 생각 습관들에 관하여 이야기해 볼까 했지만 왜 내용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저장하고, 발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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