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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하 Jun 29. 2024

애매하다

도대체 뭐가 그리 애매하신지

'애매하다' 

요즘 들어 평생을 당연하듯 쓰던 말이나 어휘의 사용법과 의미가 헷갈릴 때가 있다.

지금 내 기분이 몹시 애매한 것만 같은데 왜일지 의문을 가지는 마음에서 나오는 헷갈림일지도 모르겠다.

버스 시간을 맞추기 애매하다. 5분 정도 후에 도착할 버스와 내가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이 비슷하거나 약간 늦을 위험이 있어 발걸음을 떼는 데에 심히 고민이 된다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애매하다는 말이 적용될 때에는 본래의 뜻과 달리 뒤따라오는 결과의 위험성이 있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애매하다는 말을 적용시키는 것이다. 버스를 간발의 차로 놓치게 되어 원하는 시간에 이동하는 것에 제한 사항이 생겨 난감한 상황이 된 것처럼, 확실성을 판단하는 데에 소요되는 그 몇 초, 혹은 몇 분 간의 애매함이 내게는 종종 고통스러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지금은 기분이 애매하다.

이 글은 군대에서 훈련 도중 작전지에 나와있게 된 지 3일째 즈음에 손바닥 노트에 적힌 글이고, 나는 지금 내 정겨운 동네 카페에 앉아 자필로 적은 엉터리 글을 조금씩 고쳐 타이핑하고 있다.

당시에 내 기분은 몹시 애매했다. 눈에 보이는 건 전기 리드선에 옷걸이를 걸어 말려둔 비에 젖은 옷가지들, 일렬로 당차게 정렬된 장갑차 무리와 텐트 안 흐트러진 채 널브러져 있는 모포와 다리를 어중간하게 꼰 채 낮잠에 든 사람들. 난 지금 심심한 걸까? 그럴 리가 없다. 더운 날씨에 고된 훈련을 마치고 지친 몸이 감히 심심하다는 신호를 보낼 리는 없다. 그렇다면 난 지금 외로운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보통 외롭다면 머릿속에서 고등학교 시절 추억 영상을 플레이시키거나 미래의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노는 망상 비슷한 것들을 늘어놓을 텐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여러모로 이도 저도 아닌, 긴가민가한 이 상황과 감정이 정말 애매한 것 같다. 내 감정의 위치를 변태적으로 파고들어 알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이기에 이 애매한 기분은 불쾌함으로 다가온다. 보통 난 내 기분을 고려해 생각을 더하거나 빼는 편이다. 행동도 마찬가지로 내게 필요한 것 같은 행동을 선 고민 후 조치로 행하거나 본능이나 욕구 등에 이끌려 선 행동 상황이 이루어지면 이유를 밝혀내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한다. 더운 날 밖에서 돌아다니는 건 질색이지만 친구의 권유로 풋살이나 축구 같은 야외 활동을 하게 되는 날이면 당연히 내 몸이 신체 운동을 필요로 해서일 것이며,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은연중에 몸이 원하는 권장 엔도르핀 분비량을 채우기 위하여 뇌에서 '뛰자!'라는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난 항상 이런 식이다. 그냥 뛰고 싶으면 뛸 것이지 뭘 그렇게 애매하고 내가 과연 이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원하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이끌려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결과가 산출되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 상황은 뭐가 필요한지, 뭘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게 포인트이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기분'을 깨닫는 데에 나는 이 글을 끄적이는 시간만큼의 고민을 거쳤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지금 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 그 자체이고, 누군가는 몇 초 안에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는 능력이 있겠지만 난 꽤나 피곤한 뇌 알고리즘을 가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나는 매일 같은 나에 대해 깨달을 것이고, 이런 나를 때로는 팔불출처럼 글로, 음악으로 여려 분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사랑한다. 오늘도 글감을 얻고, 풀어낸 좋은 하루이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불쾌한 하루, 누군가에겐

평생 경험하지 못할 행복한 하루. 그중 나도 내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에 기분 좋은 미소를 뗘본다.

오늘 날씨는 보기에는 좋지만, 걷기에는 힘든 밝고 뜨거운 날씨입니다. 밖이 잘 보이는 카페에 가서 같이 커피 한 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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