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바라본 이해찬 대표

by 양소영

대학교 4학년, 취업 준비 대신 선택한 길은 이해찬 당대표 캠프의 자원봉사자였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민주정부의 기틀을 세운 그를 지지하는 마음 하나로 뛰어든 첫 정당 활동이었다. 전국을 누비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당선 발표의 순간엔 주책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시간이 흘러 나는 민주당 당직자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그는 언론이 묘사하는 그대로였다. 기자들 사이에서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하던 그는 늘 날카로웠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겼다. 모두가 그를 무서워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직원들의 말은 세간의 평과 정반대였다.


사석에서 만난 막내 비서는 입이 마르도록 그를 칭찬했다. “기자들에게만 무서운 분이에요. 우리에겐 한없이 다정하시죠. 보세요, 우리 방은 사람이 안 바뀌잖아요.”


처음엔 믿지 않았다. 여의도라는 곳이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겪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이미 체감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막내 비서의 결혼식 날,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기어이 참석해 제 일처럼 기뻐하던 그의 모습에서 나는 묘한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의 신입사원이 되어 그를 더 가까이서 마주하며 나의 의구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굳은 얼굴로 날카로운 질문에 반박하던 그였지만, 렌즈가 사라진 곳에선 늘 환한 미소로 직원들을 대했다.


가장 놀라웠던 장면은 그의 당대표 임기 마지막 날이었다.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영상 편지를 만들고 사비를 털어 선물을 준비했다. 여의도에서 흔치 않은, 아니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무실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던 동료들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그가 7선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힘은 서슬 퍼런 카리스마가 아니라, 제 사람을 아끼는 그 깊은 온기였다는 것을.


최근 정치권의 ‘갑질’ 뉴스가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겉으로는 강철처럼 단단해 보였지만, 속은 누구보다 부드러웠던 사람. 권위는 세우되 권위적이지 않았던 지도자.


며칠 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다시는 그 '호랑이 선생님'의 호통도, 카메라 뒤의 인자한 미소도 볼 수 없겠지만,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정치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그의 진가를 말이다.


그의 치열했던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이제는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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