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난스러운 북극성

by 양소영

연봉 6,000만 원의 안정적인 직장, 서울에 상경해 자리 잡은 외동딸. 부모님의 자부심이었던 나의 커리어는 5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막연하지만 뜨거웠던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초중고 시절 내내 반장을 놓치지 않았고, 대학 시절 과대표와 총학생회 활동을 하며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솔선수범하는 것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너 참 유난이다"라는 핀잔조차 내게는 칭찬이었다.


내가 조금 불편해서 타인의 환경이 개선될 때 느끼는 그 성취감, 그것이 나의 북극성이었다.

그 방향을 따라 여의도에 입성했고, 서른 초반이라는 나이에 현실 정치에 투신했다.


퇴직금과 20대 내내 아껴 모은 돈을 전부 쏟아부었다. 결과는 낙선. 비례 1번이라는 기대감은 차가운 숫자 앞에 무너졌고, 내 손에 남은 건 ‘경력 단절’이라는 낙인과 텅 빈 통장 잔고뿐이었다.


“넌 이제 망했어.” “다시는 꿈도 꾸지 마.”


주변의 격려는 비수로 변해 돌아왔다. 또래 친구들이 가정을 꾸리고 ‘대리, 과장’ 직함을 달며 안정 궤도에 오를 때, 나는 당장 이번 달 월세와 공과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가장 화려해야 할 시기에 가장 초라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사람들의 시선은 두렵고, 미래는 안개 속이다. 하지만 터널 끝에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이라는 드라마에도 ‘명작’의 조건이 있다는 것. 모든 명작 드라마의 주인공은 반드시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한다. 가장 초라하고 바닥일 때 시작된 이야기가 반전을 이뤄낼 때, 사람들은 그것을 ‘명작’이라 부른다.


지금 나의 초라함은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가 명작으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복선일 뿐이다.

오늘도 다시 운동화 끈을 묶는다. 실패한 정치 지망생이 아니라, 내 삶의 정확한 방향을 찾아가는 중인 '주인공'으로서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서 아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