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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똑 Aug 21. 2024

에세이로 하겠습니다

에세이로 하겠습니다

나의 취미 중 하나는 '책방 어슬렁 거리기'이다. 말 그대로 책방을 천천히 걸어 다닌다. 책방은 온라인 서점, 블로그, 오프라인 서점과 독립서점, 그리고 나의 작은 책이 있는 방을 아우른다. 어슬렁 거리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잠시 그것들을 읽어내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책방을 어슬렁 거리는 것은 책 속의 진리와 지식을 배우는 데에는 별 소용이 없다. 하지만, 책방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책의 제목들을 쭈욱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분명히 위로가 된다.

 


그런 날이 있다.

밤새 울어도 쉬이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 슬픔이 밀려와서 도무지 이 마음 하나 둘 곳이 없어 어쩔 줄을 모르겠어 힘든 날. 그런 날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을 펼쳐보기도 하면서 그런 나를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까 나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하는 행동들이다. 나는 그것이 대부분 독서였고, 보통은 에세이가 그 도구였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무거운 내용의 책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책장에서 집어 든 에세이 책 한 권. 그것이 그날의 나의 빈틈을 채워줄 위로제가 된다.


윤채은의 '아무래도 마음 둘 곳 없는 날'은 그날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책은 읽는 상황에 따라서 그 감상이 다를 수 있다. 작가가 전해주는 글들은 따스하지만 아팠다. 분명히 어떤 큰 상처가 휩쓸고 지나간 후인 것 같았다. 상처를 받아본 사람은 어떤 행동, 어떤 말 한마디가 어떤 상처로 상대에게 다가가는 줄 알기에 분명히 조심스러웠다. 그것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네고 있었지만, 그것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분명 따스했다.

가까운 사람들의 삶의 태도나 감정에 관해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에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글은 실제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민감한 부분을 잘 어루만져 주었고, 불안감을 안정시켜 주기도 했다.


일상이든 감정이든 그것을 글에 담고, 그 글에 자신의 우주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의 애씀은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삶이 고단하면 고단할수록, 상처의 깊이가 미친 듯이 깊게 느껴질수록 그것을 제대로 정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가진 그리움의 실체도, 지금 외로움이 사무치는 이유도, 삶이 질리도록 재미없을 때조차도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책장을 서성여 본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얻었다기보다는 희미하게 그것을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정확히 정의해 내기엔 내 내공이 부족했다. 책방에 들어서면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나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건 물론 완벽한 타율을 자랑하진 않는다. 하지만 어떤 시간, 어떤 상황, 어떤 장소에서 전에 분명 읽었던 책이지만, 그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발견해 낼 때가 분명 있다. 그때가 되면 생각한다. 그 문장이 그때 당시 나에겐 꼭 필요했으리라,라고.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꼈을 때 다시 똑같은 고민을 갖고 책장 앞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꼭 비슷한 내용의 책 앞에 멈춰 서고야 만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비슷하다. 고민은 머릿속에 가득한 것 같아도 늘 비슷한 모양새를 가진 몇 가지가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를 찾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왜 쓸까?


사람에게는 누구나 표현의 욕구가 있다. 표현은 욕구인 동시에 사람 간 상호작용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단순한 감정뿐 아니라 깊은 생각까지도 표현함으로써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표현하지 않으면, 내 감정과 생각은 타이넹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표현은 굉장히 중요하다. 글은 하나의 표현 도구이다. 수많은 표현 도구 중 '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보여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같은 경우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기록으로도 남길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이다. 특히 에세이는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이라고 보통 설명되는 글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 혹은 타인과 소통하고 싶어 할 때 에세이 글쓰기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자기 고백을 담고 그것에 감상까지 얹을 수 있으니 그것은 일상의 평범함에 특별함까지 덧붙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왜 읽을까?


그렇다면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세이는 공감과 소통이 주목적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인 경우가 많아, 읽는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그것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렵지 않게 글에 담긴 뜻을 헤아릴 있고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다. 글을 읽는 독자의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관점을 있다는 것. 그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처음 쓰는 글, 어떻게 꾸려나갈까를 고민해 보다,


에세이를 써 보겠다고,

그래보겠다고 장황한 설명을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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