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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들으며 공부하기, 괜찮을까?

멀티태스킹과 공부 그리고 그 심리

by 제이쌤

대학생시절 과외로 생활비를 벌며 정말 다양한 장소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진행된 장소는 학생의 집, 카페, 스터디카페 등의 장소인데, 이 중 가장 개인적으로

기피하게 되는 장소는 카페이다.


오래 앉아있지 못하도록 설계된 의자와 책상, 가로로 긴 책상이 아니어 학생이 문제 풀이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 어려운 구조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배경으로 재생되는

시끄러운 음악이다.


특히 개인카페가 아닌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아이돌음악들이 나오고,

댄스음악에 가까운 아이돌노래는 나에게 소음으로 느껴졌다. 물론 평소에도 아이돌음악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K-pop에 관심도 많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직캠도 찾아보곤 한다.


하지만 공부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하고, 음악은 이를 방해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특히나 외국에서 그러한데, 스터디카페, 카페등에서 공부나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이 허다하다.

나에게도 항상 뭔가 할 때 음악을 들으며 하는 친구가 있어서 물어보았는데. 그는 이게 더 공부나 일이 잘 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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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이 틀린 말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이는 몇 세 기 전 사람도 알고 있었다. 1700년대 영국의 귀족 체스터필드 경이 그의 아들에게 충고가 담긴 편지가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면 하루 동안 모든 것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만,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면 1년 동안도 시간이 부족하다." 체스터필드 경의 아들도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집중이 잘된다고 말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과출신으로써 나는 조금 더 확실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필요했고 이와 관련해서 약간의 조사를

해보았다. 오늘은 이런 연구결과들과 내 개인적인 견해를 공유해보려 한다.


우선 여기서 멀티태스킹의 정의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는 모든 행위이다. 한국어로는 다중작업이라고도 불린다. 멀티태스킹관련한 연구는 90년대 말 2000년대 초 다중작업에 관한 키워드가 떠올르면서부터 자연스레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당시 1세대 전자기기들의 상용화와 함께 그에 대한 마케팅 및 캐치프레이즈로 "다중작업이 가능"이라는 문구가 많이 사용되곤 하였다. 가령 핸드폰으로 사진 촬영, 전화, 문자, 게임 등 다양한 것들이 한 번에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기계가 기술적인 다중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인간의 다중작업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다중작업이라는 콘셉트가 대두받기 시작하며 인간의 다중작업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시작되었다는 계기가 됐었고, 이는 꽤나 흥미로운 사실이다.


연구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인간에게 멀티태스킹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두뇌의 성능 또한 저하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Salvucci, D.D. & Taatgen, 2011)


이와 관련한 실험으로 멀티태스킹과 두뇌의 퍼포먼스를 연구한 실험이 있다. University of London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오로지 매우 빠르게 한 일에서 다른 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만이 가능하다고 하였고, 이 전환이 지속되면, IQ가 10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Rosen, C, 2008).(대마초를 했을 때 줄어드는 IQ는 5 임을 가만하면 이는 실로 큰 수치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또한 뇌과학 연구에서도 다중작업의 한계를 확인했는데, 다중작업은 뇌의 반응을 늦추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키며, 학습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Poldrack, R. 2011) 이 연구를 진행한 UCLA 대학의 Poldrack 교수는 다중작업이 학습 방법을 변화시키며, 이를 통해 배운 정보는 유연성이 떨어지고 쉽게 기억되지 않는다는 경고 또한 논문 속에 덧붙였다.


사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알지 못하더라도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하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공부를 하는 학생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생각을 해 보았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의

결론은 이렇다.


"공부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하기는 싫은" 마음들이 공존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의 공부(여기서 공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의 공부를 말한다)는

'인내심 테스트'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구조와 입시구조의 특성상, 학벌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서는 상위권의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해 매우 어려운 난이도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구분해내고 있다. 99%의 학생들은(나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공부를 즐기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한국입시교육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에 대한 통계적 공부와 연구는 매우 즐긴다. 그러나 하루 12시간 이상을 자리에만 앉아서 내가 관심 있지 않는 분야의 공부를 자의가 아닌 타의로 몇 년을 지속하는 건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 구조의 특성상 좋은 대학을 다닌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마인드셋이고, 학생의 무의식 중에서 이러한 생각과, 공부를 하기 싫다는 생각이 충돌하여, "내가 여기 앉아서 공부는 할 것이지만, 그것은 너무 힘들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 듣기로 그에 대한 보상을 해줄 거야"라는 보상심리가 발동해, 어떻게 보면 일종의 작은 반항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멀티태스킹은 첫째로 인간에게 불가능한 작업이고, 둘째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마지막으로 뇌의 반응을 늦추고 스트레스호르몬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공부를 하는 학생이 하기 싫은 마음과 해야만 하는 마음의 충돌로 인한 충돌로 인해 노래 들으며 공부를 하는 행동이 나오지 않나라고 조심스래 추측을 해본다.


공부를 하는 방식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답은 확실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서는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공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나는 지금 여기 앉아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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