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강의식 교육의 한계
내가 중학생 때, 처음 외국계 학교로 전학을 가고 수업을 들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책상 배치가 특이하다'였다. 한국에서는 한 반에 30명의 학생이 있다 하면 6줄 정도로 일렬로 앉아 칠판을 바라본 채 교사의 강의를 듣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갔었던 학교에서는 책상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둥글게 칠판이 아닌 서로를 마주 보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그 둥근 구조를 보고 든 생각이 '칠판을 등지고 있는 애들은 수업 듣기 정말 불편하겠다'였다. 그러나 수업은 강의식 수업이 아닌 토론과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학생들끼리 대화가 주를 이루는 수업이었다. 때문에 불편할 일이 없었다. 그날의 수업은 내가 이전까지 받던 교육들에 비해 학생들의 태도, 참여도, 그리고 배움의 방식까지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면 왜 거의 모든 한국 초, 중, 고등학교에서는 그러한 자리 배치를 고수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흔히 한국식 교육을 '주입식 교육' 또는 '강의식 교육'이라고들 부르곤 한다. 주입식, 그리고 강의식 교육은 근대 산업사회가 요구한 대량 교육 시스템에서 탄생했다. 18세기 유럽에서부터 시작한 산업혁명은 노동력의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농경사회에서는 가정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교육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공교육 시스템으로 발전할 필요가 생겼다. 사회는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문해력과 계산 능력을 갖춘 노동자를 양성시키고 일정한 규율과 시간을 준수하며 집단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했다. 여기서 시작된 것이 주입식 교육이다. 그리고 공장들이 생겨나며 그에 맞춘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교육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는데, 이를 위해 고안된 방법이 바로 강의식 교육이다. 산업화가 시작하고도 학생수에 비해 교사의 수는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one-way lecture)이 정착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다듬어지며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동일한 내용을 일괄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지며 강의식 교육이 사회 전반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빠른 산업화가 625 전쟁 이후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에 맞추어 정부에게는 18세기 유럽처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여 노동자로 양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러한 니즈때문에 국가 주도하에 주입식, 강의식 수업이 공교육 체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공간 디자인적 측면에서 이러한 주입식, 강의식 수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책상을 배치하는 방법이 바로 줄을 맞춰 칠판만을 바라보는 책상구조이다.
그러나 21세기가 시작되며 폭발적으로 빠르게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가 마무리되고, 주입식, 강의식 교육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입식, 강의식 교육은 당연하게도 수동적 학습 태도를 강화시킨다. 주입식, 강의식 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교사가 정보를 전달하고, 학생은 이를 받아 적는다. 이는 학생들을 지식의 '소비자'로 만들고, 능동적인 사고와 학습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는다. 암기중심의 교육은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약화시키고, 교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게 되며 자발적인 탐구 능력이 저하된다. 이러한 환경 아래 학생들은 질문보다는 정답을 찾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렇기에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를 위해 필수적인 스스로 고민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가 제한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훈련이 부족해진다. 나는 이런 교육 시스템의 약점들이 한국 대학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팀플과제'를 강조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팀플과제는 무임승차등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과제 중 하나이지만 초중고 주입식, 강의식 교육을 받으며 충족시키지 못한 협력, 커뮤니케이션,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팀플과제가 대학에서 반필수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나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찌 되었던, 기본적인 행정업무, 반복업무, 사무업무 등 이전의 노동자들이 해오던 업무들이 AI의 발전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지금, 사고력과 창의력은 인간이 기계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때문에 기존 주입식, 강의식 교육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노동인구는 AI에 잡아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미래의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토론과 질문 중심의 교육 방식이 초, 중, 고등학교에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방식이고, 이 방식 속에서 학생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의견을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다. 그리고 이때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자에서 '촉진자'의 포지션으로 변화하게 된다.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추가 질문을 통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학생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학생들은 추후 사회에 나갔을 때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 성장한 '선배'들에 비해 협업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고력이 우수할 것이다. 더욱이나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과 교사의 비율이 줄어든 만큼 강의식 교육보다는 토론식 교육이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의 정보 전달 목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보를 활용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한 교육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강의식 수업이 완전히 사라질 필요는 없지만, 기존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토론과 질문 중심의 교육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책상의 배치가 단순한 공간 디자인의 차이를 넘어서 학습 방식까지 바꿀 수 있듯이, 우리가 교육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할 때 비로소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