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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유통기한

배운 것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까?

by 제이쌤

학교에서 배운 것,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저번달 가족식사를 하면서 근의 공식을 외우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는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형누나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노래도 만들어 부르며 지겹도록 외운 근의 공식을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나도 학창 시절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세계역사, 국어, 문학 등의 지식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싫어하는 과목에서 배운 지식은 비교적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수학에서도 자주 쓰지 않는 공식은 까먹기도 한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수많은 지식을 배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배웠던 공식과 개념들이 희미해지고, 때로는 완전히 잊힌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배운 것은 어디로 가는 걸까? 교육이 남기는 것은 지식일까, 아니면 학습하는 방법일까? 우리는 정말 배운 것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기억의 유통기한 : 배운 것은 얼마나 오래 남을까?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가 제시한 '망각 곡선'에 따르면,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한 후 빠른 속도로 잊어버린다. 한 시간이 지나면 절반 이상의 정보를 잊고, 하루가 지나면 70% 이상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망각곡선에 따르면, 정보를 단순히 한 번 학습하는 것 만으로는 장기 기억으로 남기 어렵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복습하면 망각의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이를 '분산 학습 효과'라고 한다. 즉, 일정한 간격으로 복습하면 학습한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전활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img.png 망각 곡선


하지만 우리가 오래전 학교 등 에서 배운 내용을 전부 잊어버리진 않는다. 이는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외운 내용은 며칠후면 잊히지만, 어릴 때 배운 자전거 타기나 좋아하는 노래 가사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결국 반복과 경험이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즉,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의미 있는 학습이 이루어질 때 기억이 오래 지속된다. 또한, 감정과 연결된 기억은 더욱 강하게 남는다. 시험을 망쳐서 속상했던 경험이나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며 고생했던 기억은 오래 지속된다. 또한 다른 꿈들보다 악몽이 더 잘 기억에 남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학습을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을 동반하는 과정으로 만들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어디로 가는 걸까?


다시 돌아가 우리는 왜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재 교육 방식이 시험을 위한 학습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개념을 이해하기보다는 점수를 얻기 위해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면 해당 지식은 더 이상 활용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잊히게 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 중 무엇이 남을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학습은 대개 경험과 연결된 것이다. 직접 실험해 본 과학 개념이나 토론을 통해 깊이 생각한 철학적 질문들은 단순함 암기보다 훨씬 오래 기억된다. 유튜브에서 지식영상을 보며 "이거 꽤나 유용한 정보인데?"라고 생각이 든 영상도 며칠이 지나면 금방 잊히게 되지만, 그 정보를 나의 방식대로 기록하고 그 정보를 친구들에게 전달해 주며 나의 '경험'으로 만들면 훨씬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기억에 남는 배움을 만드는 방법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는 학습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1. 경험 기반 학습 : 직접 체험하고 실습한 내용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예를 들어 단순히 역사 교과서를 외우는 것보다 역사적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 의미 있는 배움 : 배운 것이 자신의 삶과 연결될 때 기억에 오래 지속된다.

3. 반복과 작용 : 한 번 배운 것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장기 기억으로 전환된다. 외국어 단어 암기를 할 때도 특정 단어를 지속적으로 말하고 들으며 활용해야 비로소 장기 기억이 형성된다.



배움이 남는다는 것의 의미


우리는 교육을 통해 단순히 정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배움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과 연결된 지식과 경험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잊힌다고 해서 교육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설장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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