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 심리
2023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성난 사람들(영어 제목 "Beef")을 본 적이 있는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간의 다툼과 싸움 그리고 화라는 감정이 극의 주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사소한 도로 위 다툼이 감정적으로 증폭되어, 상대방의 집에 들어가서 바닥의 오줌을 싼다던가 하는 복수들이 반복되고 주인공들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은 갈등 속으로 빠져든다. 결국에는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결과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드라마를 보며 우리는 때때로 사소한 감정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화를 내는 걸까?
화는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다. 누구나 분노를 경험하지만, 그 원인과 표현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생물학적으로 화가 날 때 우리 몸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되며, 싸우거나 도망가려는 반응이 활승화된다. 이는 본능적인 자기방어 기제이다. 심리적으로는 좌절, 억울함, 불공 점함을 느낄 때 분노가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욱 쉽게 화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화를 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분노는 변화와 개선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만,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면 관계를 망치고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특히 누구나 연애를 하면서 한 번쯤은 겪어 봤을 상황이라 생각한다.
어느 프로에서 박나래와 코드쿤스트가 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굉장히 인상 깊게 하는 것을 보았다. 박나래가 코드쿤스트에게 너는 왜 이렇게 화를 잘 안 내느냐라고 물어보았는데 그의 대답을 이러했다. "내가 화를 내어서 지금 상황이 바뀔 수 있으면 화를 내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내지 않는다". 추측건대 화를 내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서로의 감정소모만 하여 총체적으로는 손해일 거라는 심리가 기반된 생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화가 나는 상황이 닥쳤을 때 회피하는 편인가? 아니면 감정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편인가?
어떤 사람은 쉽게 화를 내고 후회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침착하게 감정 조절을 할 것이다. 여기서 화를 잘 다스리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들은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한 템포 쉬어 가며 충동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라고 인식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또한 감정 자체보다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해소 방법을 가지고 있어 운동, 글쓰기, 심호흡, 명상 등의 방식으로 화를 건강하게 해소한다.
화를 조절하는 데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효과적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을 때 최소 6초만 기다려보는 "6초의 법칙"은 매우 효 과적이다. 이 짧은 순간 동안 뇌의 감정 조절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격한 감정이 누그러진다. 또한 깊은 호흡을 통해 신체의 긴장을 풀면 감정도 자연스럽게 진정된다
자기 대회도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지금 이 순간에 화를 내는 게 정말 중요한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면 충동적인 반응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현재 상황이 인생 전체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하면서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솔직하지만 차분한 대화를 통해 화가 난 이유를 전달하면 갈등을 줄이고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사고방식을 바꾸어 보라.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과 내가 조절하지 못하는 것의 구분을 명확히 짓는다면 화를 낼 상황 조차를 없앨 수도 있다. 습하고 더운 여름을 생각해 보면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그러나 날씨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인가? 전혀 아니다. 화를 낸다고 바뀌는 것도 없다.
정리해 보자면 화는 피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조절하는 능력은 후천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화가 났을 때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대신, 잠시 멈추고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해결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연습을 한다면 보다 성숙한 감정 조절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지금까지 당신이 가장 잘 다스렸던 분노의 순간은 언제였는가? 또는 화를 냈던 행동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후회가 된 상황이 있었다면, 앞으로의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