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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구글에 있는데, 학교는 왜 필요할까?

정보의 시대에 학교의 존재 의미

by 제이쌤

“공부는 유튜브로도 할 수 있는데, 학교는 왜 가야 해요?” 예전에 가르치던 학생이 던진 이 질문은 아직도 뇌리에 박혀 기억에 남아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단순히 엉뚱하거나 무례한 말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은 생각보다 무겁고 근본적이다.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어디서든 정보가 쏟아지는 이 시대에, 학교는 정말로 여전히 필요한 걸까?


정보는 넘치는데, 배움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은 검색창에 GPT에 무엇이든 치기만 하면 된다. 조선왕조의 연표도,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도, 셰익스피어의 희곡 해설도, 몇 초 만에 눈앞에 펼쳐진다. 그뿐인가. 유튜브에는 수능 강의를 정리한 채널이 수없이 있고, 챗GPT는 밤을 새워도 질문에 대답을 멈추지 않는다. 정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쉽게 손에 들어온다. 이쯤 되면 진짜로 물어야 한다. 이렇게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굳이 학교는 왜 존재해야 할까?



학교는 지식의 창고가 아니었다


학교의 가장 오래된 기능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기능은 구글과 유튜브, AI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학교는 더 이상 필요 없는가? 하지만 학교는 지식만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배우는 틈틈이, 말하지 않아도 배워야 할 것들을 익혔다. 화장실에 먼저 가고 싶으면 손을 들어야 한다는 것, 친구와의 갈등을 말로 풀어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공동체가 굴러간다는 것. 말하자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공간이었다. 지식은 구글이 줄 수 있지만, 함께 살아가는 기술은 여전히 교실 안에서 배워야 한다.



학교는 여전히 ‘사회’의 축소판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맞벌이가 보편화된 시대에는 학교의 존재 이유가 더 선명해진다. 많은 부모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 사이 아이들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단순히 돌봄의 차원을 넘어서, 학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사회적 보호소’로 기능한다.


하지만 단순히 ‘보호’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작은 사회’ 그 자체이기도 하다. 반장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고, 모둠 활동을 통해 협동을 익히며, 교사와의 갈등 속에서 권위와 관계의 균형을 배운다.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을, 아이들은 학교라는 사회에서 미리 살아보고 연습한다.


이 모든 것은 유튜브나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경험이다. 아이는 사람 사이에서 자라야 사람을 배운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는 반드시 ‘학교’라는 장이 필요하다.



교사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교사를 ‘지식을 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하지만, 진짜 교육은 훨씬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난다. 한 학생의 눈빛을 읽고 마음의 상태를 알아채는 일, 자존감이 흔들리는 아이를 한 마디로 붙잡는 일, 실패한 경험을 긍정으로 전환시켜주는 말 한마디. 이런 일은 그 어떤 데이터베이스에도 없다. 오직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나를 알아봐 준 어른이 있었다.” 이 말은 어떤 교실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경험으로 남는다. 그것이 학교가 아직 존재해야 하는 가장 인간적인 이유다.



학교는 변해야 한다. 하지만 사라져선 안 된다


물론 지금의 학교가 완전하다는 말은 아니다. 여전히 암기 중심의 교육, 서열화된 평가, 획일적인 커리큘럼이 존재한다. 변화는 필요하다. 학교는 더 이상 정보를 공급하는 ‘배달자’가 아니라, 배움의 경험을 설계하고 동기를 자극하는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그 지식을 어떻게 배울지, 무엇을 위해 배울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더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고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함께 배우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바라봐주는 교사가 있는 곳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지식은 구글에 있다. 그러나 ‘배움’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있다.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하더라도, 학교라는 관계의 장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단지 정보를 흡수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란, 우리가 아직도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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