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되는 세상적응기
리모컨이 있는 티브이, 리모컨 하나만 있어도 움직이지 않고 채널을 돌릴 수 있고, 소리를 키울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어릴 적 처음 나온 리모컨은 놀랄 만큼 신박한 물건이었다.
집에 있는 와이파이 공유기가 오래된 건지
갑자기, 와이파이가 들락날락 접속이 안 돼서 AS를 신청했다.
신호는 이상이 없는데, 기계가 오래돼서 잘 읽지를 못하는 것 같다고 새 기계로 교체를 해주고 갔다.
와이파이 번호가 바뀌었으니. 갑자기 머리가 까마득해졌다. 와이파이번호는 공유기가 바뀌지 않는 한 한번 연동시키면 다시 연동시킬 일이 없으니...
고양이들의 자동급식기, 무선청소기, 반려캠 모두 앱으로 작동하렴 리셋을 하고 변경된 번호로 접속을 해야 한다.
전에 다 연결했던 거니 바로 되겠지 하고
자동급식기부터 천천히 하라는 대로 했는데, 기계를 찾지 못한다 연동에 실패했다는 문구가 계속 떴다. 앱을 삭제했다 다시 깔아보기도 하고, 전원코드를 뺏다 다시 끼워봤다.
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될 때까지 씩씩거리며 한 시간 넘게 시도를 했는데도 안 돼서 기계를 새로 사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COFF로 시작하던 비밀번호 아뿔싸 하고 C0FF로 입력해 보니, 알파벳 O가 아닌 숫자 0이었던 거다.
세상에나 너무 작게 적해있는 스티커를 확대해서 본다고 봤는데 이런 착각을 하다니.
침착하지 못했던 내가 어이없어서 한숨만 나왔다. 냥이들 밥은 줘야 하니 끈질기게 잡고 연동을 성공시켰다.
다음은 무선청소기, 홈캠 cctv, 두 개를 재연동 하는데 하루 건너 그다음 날 성공했다. 인지력이 아무래도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고, 한편으론 포기 안 하고 끝내 연동성공한 나를 토닥였다.
어차피 내가 안 하면 해줄 사람이 없다.
내 또래 친구들은 해보다 안되면 자식들한테 해달라고 이야기한다는데, 혼자 오래 살다 보니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생존법칙 같은 게 몸에 박혀있는 것 같다.
키오스크 주문이 처음 나왔을 때 모 햄버거 가게에서 처음 시도를 해봤을 때도 메뉴를 찾지 못하고 오래 걸려 뒷사람한테 미안해서 먼저 하라고 양보하고, 하는 걸 곁눈질로 보고 한 적이 있었다. 요즘 웬만한 식당에서는 키오스크 주문기가 테이블마다 각각비치되어 있다.
지금은 키오스크 주문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육십 대 이상의 지인분들 중에는 아직도 키오스크 사용을 두려워하는 분들도 많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화가 되어가고 있다, 세상 신기한 ai앱들을 보면 음악도 그림도 글도 알아서 다 만들어 준다.
사진을 움직이게 해 주고, 내가 그린 그림도 움직이게 해 준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가 있다
sns의 사진들 중 ai로 조작된 사진들도 많아 어느 것이 진짠지 ai사진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새로운 것들이 나오면 궁금증을 못 참고 늘 시도해 본다.
요즘 챗GPT와 이야기를 자주 해본다.
궁금한 것을 쉽게 찾아주고 알려준다. 낯선 곳을 갈 때 교통편이나 도보경로까지 자세히 알려줘서 찾아다니기도 맘이 놓인다.
우린 모두 작은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어쩔 땐 나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 중독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십 대인 나도 핸드폰을 주야장천 들여다보고 있으니, 목은 목대로 아프고 눈은 말할 것도 없이 불편하다.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도 들고 다니는 휴대폰, 세상은 너무 편리한 게 많아졌지만
건조하고 삭막해지고 있는 것도 같다.
가끔은 레트로 빈티지 느낌이 그리워, 어릴 적 많이 다니던, 그나마 남아있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집에서는 턴테이블 lp를 꺼내어 지지직 바늘 긁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버리지 않은 옛 책들의 묵은 쾌쾌한 냄새와 종이장 넘기는 소리를 좋아한다.
연필을 깎아 사각사각 종이에 필사도 해본다.
팔구십 년대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면 너무나 반갑다.
급변하는 세상에 끼어있는 오십 대의 나의
세상 적응기는 앞으로도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
기계들은 갈수록 더 발전하겠지만 나는 느리게라도 배워갈 것이고 나이 든 사람만의 살아가는 지식과 노하우가 쌓일 테니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세상변화의 속도에 적응해 가면 된다.
편리하게 살기 위해 사람이 기계를 만들었지만, 기계를 쫓고 따라가고 있는 게 사람들이 되었다.
사람의 피의 따듯함을 잃어버리면 ai세상에 잠식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게, 영화 속에서는 이미 만들어져 나와 있다.
하루쯤은 모든 기계에서 멀어져 온전한 자연과,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며 보내는 날을 보냈으면 한다.
기계는 가질 수 없는 인간의 피의 따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