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기억
문득 지나치는 향기에 그 사람이 , 그 장소가, 그날이 기억난다.
후각이 예민한 편이다.
모든 향기에는 그리움, 기억이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눈으로만 각인돼 있는 장면들에 향을 더하면 뇌에선 더 많은 단어와 문장들이 기억되어 나온다고 한다.
아들을 출산한 95년만 해도 신생아에게 천 기저귀를 많이 사용했을 때였다.
기억이 맞다면 결혼 전에 함 들이는 날이 있었고, 함진아비가 짊어지고 오는 함을 천으로 묶어 짊어졌었는데, 그 천이 순면광목천이었다.
함 들이는 날이 끝나면 친정엄마가
그 천을 자르고 재단해서 삶고 햇볕에 잘 말려 접어 보관했고, 훗날 태어난 손주 신생아용 면기저귀로 사용했다.
푹푹 삶아 뜨거운 태양에 기저귀가 바스락거리게 말르면 기저귀에선 햇살냄새가 뽀송하게 풍겼다.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냄새인 듯하다.
세상 모든 것엔 향이 있다.
흙냄새 비냄새 풀냄새 꽃냄새 물비린내
바다의 짠내 엄마냄새, 음식냄새, 반려동물의 꼬순내, 커피 향, 빵 굽는 향, 애정하는 향수내음, 사랑하는 이의체취, 할머니냄새
시골집냄새 등등... 수많은 향기가 각인시켜 놓은 그리움이란,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미각만 있고 후각이 없다면 산해진미 각종 음식의 맛도 한층 덜 느껴진다고 한다.
어릴 때 먹기 싫은 음식들을 코를 잡고 먹었던 기억들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직관적으로 코로 느껴지는 냄새, 냄새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인성이나 행동에서 보이는, 마음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 우리 눈에 보이는 것도 같다. 그 사람의 됨됨이의 사람의 향기, 향기 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기도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나름의 수련들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겉모습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향수로 도배를 해도, 사람됨의 인성에서 나오는 향기 따라갈 수가 없다.
부엌 식탁에 앉아 핸드폰으로 글을 적고 있는 지금 , 황태미역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오래도록 진득하게 끓여야 맛이 깊어진다.
집안에 미역국 향이 진동을 한다.
미역국에 마침 잘 익은 김장김치 한 조각은 추운 겨울 나의 소울 푸드이다.
미역국 향기는, 산후조리하던 때로 나를 순간이동 시켜준다. 난산의 후유증으로 느껴지던 통증과 "애는 너만 낳았냐" 시어머니의 가시 돋쳤던 말, 펑펑 울던 내게 "울지 마라 애 낳고 자꾸 울면 눈 나빠진다" 얘기하던 친정 엄마,
"우리 아들 집에 혼자 있는데 산후조리 언제까지 할 거냐"시어머니 등살에 간신히 삼칠일 조리 할 때 내리 엄마가 끓여 내오던 하루 세네 번의 미역국, 먹기 싫다고 투덜거렸던 그때로...
모든 향기, 냄새에는 그런 힘이 있다.
겨울이란 계절에 연상되는 향기는 무엇이 있을까, 떠올려 봐야겠다.
어떤 향이 떠오르면 나는 또 그 시절, 그 사람과 그곳을 떠올릴 수 있을 테니...
당신의 기억 속 향은 무엇 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