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뇌에 새겨진 마지막 기억의 조각

그 시절 당신의 최애곡

by 윤 슬

몇 시간이고 앉아 빙글빙글 도는 LP를 멍하니 바라본다. 편안한 소파를 두고 굳이 목욕탕 의자에 쭈그려 앉아 허리가 조금 아파오기도 하지만, 돌아가는 레코드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평온해진다.

레코드 멍 이라고 아실런지!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맞춰 고른 80, 90년대 음반들은 나를 순식간에 10대와 20대의 그 시절로 데려가는 타임머신이 된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뇌가 정보를 가장 활발히 흡수하던 시기의 음악은 우리 뇌에 가장 깊게 각인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음악은 뇌의 '마지막 보루'라고도 불린다.


치매나 알츠하이머로 해마가 손상되어도, 감정과 리듬이 결합된 음악적 기억은 전전두엽 피질에 남아 끝까지 보존되기 때문이다. 자기 이름조차 잊은 환자가 수십 년 전 노래를 완벽히 따라 부르는 기적 같은 장면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방구석 음악감상실 좌석은 목욕탕의자

오늘도 나는 목욕탕 의자에 앉아, 내 뇌의 가장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을 선율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창문으로 넘치듯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음악소리가 들리면 품 안으로 폭 안기는 고양이 모든 것이 완벽한 이 순간 귓속을 간질이는 음악, 훗날 이 순간도 나의 뇌 속에

필름처럼 박제가 되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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