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영화를 보고 떠오른 생각

by 윤 슬

"만약에, 다음에..."


"만약에 그때 그랬더라면..."


후회되는 그 시절, 젊어서 미약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누구나 한 번쯤 뱉어낸 탄식 같은 말, '만약에'.

​"다음에 잘하면 되지,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어쩌면 빈말일지도 모를, 세상에서 가장 허무한 약속이 될 수도 있는 말, '다음에'.


​오랜만에 아들과 영화를 보았다. 요즘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멜로 영화였다. 눈물 포인트가 많아 펑펑 울었다는 후기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남편은 좋아하지 않을 장르라 아들과의 데이트를 택했다.


​영화는 풋풋하고 반짝이던 청춘의 사랑을 가감 없이 보여주다가, 결국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시들어가는 모습을 비춘다. 이미 그 과정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안타까운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나뿐만 아니라 서른을 훌쩍 넘긴 아들도 그 감정이 무엇인지 확 와닿는다고 했다. 서로 다른 세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영화 안에서 각자의 '만약에'와 '다음에'를 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은 삶 속에서도 우린 또

같은 말들을 번복하며 살 것이다.

​그때 만약에 그랬더라면,

다음에 만나자, 밥 먹자, 여행 가자...

​미련이 남을 행동을 여전히 되풀이하겠지만

어제의 나보다 조금은 더 나아져 있을 것이고,

​설령 또 후회하는 일이 생긴다 해도

우리는 충분히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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