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육아는 끝나지 않았다

아기로 되돌아가는 아빠

by 윤 슬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기저귀 좀 시켜줘"

"알겠어 엄마 바로 주문 넣어 줄게"

주문 버튼을 누르는 손끝이 무거워진다.

81세가 되신 엄마는 황혼의 나이가 되어서도

아기 한 명을 보살피고 있다.


사 남매를 키우고, 손주를 봐주더니 이젠 아빠까지. 엄마의 마지막 육아는 아빠가 되었다.


"엄마의 손은 평생 무언가를 닦고, 입히고, 먹이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81세, 이제는 졸업할 법도 한데 엄마의 '육아'는 대상만 바뀐 채 계속되고 있다."


젊어서도 집안일 하나 도와준 적 없는 아빠는 연로 해지면서 소파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간다.

치매가 온건 아니지만 심한 당뇨로 인슐린을 맞고 있다. 인슐린조차 엄마가 직접 놔주고 있다.


아빠가 걷는 게 불편해지면서 , 친정집에 가면

전형적인 노인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화장실 이동하며 조절 이 안 돼 소변 실수를 하게 된다 했다.

거동이 불편해진 아빠의 고단함과, 그 곁을 지키는 엄마의 인내가 뒤섞인 향기다.

빨랫감이 매일 늘어나서 이젠 너무 힘들다는 엄마.

집집마다 연로해지시고 아픈 부모님을 요양병원에서 요양원으로 모신다는 지인들이 많아졌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이 되어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늙은 배우자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끝은 결국 요양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집안에서 아픈 사람을 케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뇨 쇼크가 온 아빠가 응급실에 갔을 때 반나절인가 보호자로 곁에 머물러 봤을 때 54세인 나도 버거웠다.

엄마의 인생은 편했던 날들이 있었을까?

지금 세상보다 할 일이 몇 배는 더 많았을 텐데


걸음마를 떼던 아기처럼 불안한 한발, 한발

아기 같은 말랑함이 아닌. 마르고 푸석해 다 빠져나간 근육 밑의 앙상한 뼈마디, 엄마보다 큰 아기.

언젠가 그 끝이 요양원이라는 서글픈 마침표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 아빠의 앙상한 뼈마디를 어루만지며 기저귀를 가는 엄마의 손길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의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