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지가 알려준 골든타임

병원과 친해지기

by 윤 슬

6개월마다 돌아오는 정기 피검사 날. 만성질환 약을 처방받으며 의례적으로 수치들을 확인해왔기에 이번에도 큰 걱정은 없었다. 작년 5월 검사를 거르고 1월이 되어서야 마주한 결과지. 그런데 그 위로

전에는 보이지 않던 붉은 글자들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휴우..."

​나름대로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정직했다. 아니, 가혹했다.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당뇨 진단 바로 직전까지 치솟아 있었다. 제발 당뇨만은, 약만은 먹지 않길 바랐던 나의 간절한 주문은 통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담담하게, 그러나 뼈아픈 말을 덧붙였다. "아버님이 당뇨가 심하시다면, 이건 시간의 문제입니다. 거의 온다고 생각하고 관리하시는 게 맞아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요즘인데도 간 수치까지 높아져 있었다. 젊은 시절, 그렇게 술을 퍼마셔도 끄떡없던 간 수치가 대체 왜 이제 와서 말썽인 걸까. 기분이 바닥으로 훅 가라앉았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생애 첫 복부 초음파를 받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겁쟁이가 된 기분으로 결과를 기다리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별다른 이상은 없고요. 간에 지방이 조금 있는데 이 정도는 문제 될 거 없습니다. 지금처럼 유산소 운동하시고, 근력 운동을 꼭 추가해 주세요."

​그제야 알았다. 술 때문이 아니라, 내 몸에 쌓인 '지방'과 '가족력'이 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는 것을.


​집에 돌아오자마자 간식을 좋아하는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집 안의 군것질거리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먹고 싶으면 밖에서 먹고 와!" 단호하게 선언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식습관과 운동이었다. 음식 조절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식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는 뒤꿈치 들기나 제자리 걷기로 혈당의 스파이크를 막기로 했다.

​당뇨약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 이번만큼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당근양배추비빔밥 계란후라이나 나또를 추가한다.

중년에게 근력 운동은 단순히 '멋진 몸매'를 만드는 선택이 아니라, 남은 인생의 '생존 체력'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확실한 노후 연금과 같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