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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

by 윤 슬

어느 순간 나의 세상은

하나의 뿌연 장막이 드리운 듯 보인다

눈을 비벼보고 더 크게 떠봐도

뿌옇게 보이는 글자들

핸드폰 갤러리스크린샷 폴더 안은

어느새 캡처된 파일들이 그득하다

벌써 몇 년 전 스멀스멀 드리워지기 시작한

뿌연 장막에 당황을 금치 못했었고

안과로 향했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받아들이란 소릴들었다

문득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고

40.50.60이라고 쓰여있던 돋보기 중

40을 골라 눈에 써봤다

뿌연 세상의 글자들이 선명하게 쓰윽하고

올라왔다

이런 세상에!!!

나의 눈은 새로운 국면에 맞닥뜨려진 것이다.

안경점으로 향했다

"이제 노안 초기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셨네요"

돋보기는 내 눈에 뿌연 장막을 거둬줬지만

항상 쓰고 있을 순 없었고

그 후로 글자세상의 내 눈의 장막은 조금씩

더 뿌옇게 보였다

이젠 이 상황을 인지하고 받아들여 버렸고

아쉬운 대로 캡처 버튼을 연신 누른다

안 봐도 될 것은 뿌연 세상으로 살고

봐야 할 것은 캡처버튼

아직도 궁금한 것들이 넘쳐나는 52살에겐

핸드폰 안 인터넷세상이

볼것들이 그득하다.

갭처 파일로 그득찬 폴더를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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