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하나

남의 편이라 불리는 남편

by 윤 슬

울타리하나 내편하나 있었음 하는 마음이 생겼다.

혼자라는 자유가 편했지만 퇴근 후 컴컴한 집 흐르는 적막이 버거웠다. 외로웠다

내편이 생겼다.

빨간 벽돌로 탄탄히 쌓아 올려진 울타리는 아니었다. 싸리발 허름한 울타리 여도 든든했다.

우린 그저 호르몬에 농간에 눈이 멀었었고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았고,

의리나 정으로 사는 사이가 되어간다.


남편이 말하길 "당신은 바깥에선 항상 좋은 이미지고 좋은 사람인데, 나한테만 못되게 굴어!"

내가 왜?

난 좋은 게 좋은 거다 주의고, 두리뭉실한 게 좋은 사람이다. 주위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고 굳이 검정과 흰색으로 색을 나누자면 회색 일지도 모른다.

바깥지인들은 내 심기를 그다지 크게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과 성향이 다르다는 건 결혼초반 진즉에 알게 된 거고, 남편은 회피형에 계획성이 있거나 진취적 성향이 없는듯하다.

부르르 욱하는 성격도 있다.

태생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인간의 본심은 원래는 착하다는 성선설을 믿고 있다.


난 집안일이든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 선에서 생각이 정리가 안된다 싶으면 주위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이다. 어차피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 생각은 어떤지 객관적으로 듣고 내 의견이 맞는 것인지 뭔가 잘못생각하는 것인지...

반면 남편은 우리의 이야기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걸 싫어한다.

우리 둘 문제인데 그걸 왜 남한테 이야기하냐고...

둘이 서만 얘기하면 남편은 본인이 옳고 내가 이상한 거라 얘길 하고, 백번 천 번을 둘이 얘기해 봐야 갈등은 풀어지지 않는다.


같이 산 시간이 길어지면서 말 한마디에 눈치를 보게 됐다 괜히 말을 잘못 꺼냈다가 싸울까, 가뜩이나 말이 없는 남편은 더 말을 안 했고 또 부딪히게 되는 날이면 "그래 말을 말자"서로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남편은 바깥으로 나가고, 난 고양이를 쓰다듬던가 음악을 듣던가, 너무 화가 나면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

미안하다고 사과는 남편이 한다.

어느 날엔 그저 넘어가기식 사과인 거 같아서

"진짜 미안하건 알고 사과하는 거야?"라고 핀잔주며 "미안할 짓을 하질 말어!'

내 성격은 진짜 내게 잘못이 있을 때만 인정하고 미안하단 말을 한다.

미안해라는 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에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남편을 만났다면, 분명 헤어졌을 거 같기도 하다. 이런 얘길 하면 남편도 인정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참을성과 이해심이 젊을 때 보다 많아지는 게 맞는 것 같다.

뭐,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닌 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폭력이나 바람 노름 같은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요즘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우고 나면 남편이 잘하는걸 머릿속에서 찿아보곤 한다.

한 직장에 꾸준히 다닌다. 종종 자상하기도 하다. 운전을 못하는 나를 위해 외출해서 돌아오는 길에 픽업서비스를 해준다. 우리 동네는 교통이 좀 그런 동네이다 어딜 한번 가려면 최소 두세 번은 환승을 해야 한다. 밥을 차려주면 항상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해준다. 가끔 편의점 심부름을 시키면 다녀온다. 쓸 때 없이 돈 쓰는 일이 없다. 재활용을 잘 버려준다.

나의 뇌를 세뇌시킨다.

그래 이만하면 괜찮은 남편이군!


내 곁에 있어주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해 주는 것은 없다.

사랑과 배려 에서 해주는 행동들을 오랜 시간 곁에 머물고 있는 존재라고 하찮게 평가하지 말자.

현실의 남편은 드라마 속에 남자주인공들처럼 다정다감한 캐릭터는 아니다. 좀 허술하고 얼렁뚱당, 몇 번이나 시켜야 행동으로 옮기는. 화를 유발하고 아들 같기도 한, 남의 편이라 불리는 존재

연애시절 그들은 우리에게 멋지고 친절한 왕자들이었을 것이다.

아내들은 왜 그들을 남의 편이라 부르게 된 건지...

세상의 모든 아내와 남편들이여 풋풋했던 연애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떠올려 보면 , 같이 나이 들고 있는, 당신 곁에 머물고 있는

내편이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남의편같지만,그래도 내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