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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밀도의 도시, 홍콩2

이렇게 숨이 막힐 수 있나?

by 밍밍

[무더운 홍콩국제공항]

홍콩국제공항 상공에 도착하니 한쪽에는 공사중인 활주로가 보였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공항확장공사를 진행중이라 했다. 하지만 공항 도착동은 시원하기도 했고 여유롭기도 해서 출국심사에 큰 무리 없이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홍콩 구룡반도쪽 숙소였기에 버스를 타러 나가는 순간 6월 홍콩의 뜨거운 공기를 만나고야 말았다.

홍콩의 밀도.jpg

아뿔사, 더워도 너무 덥구나. 아니 이건 더운게 아니라 거대한 찜통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공항 밖을 내딘 첫 들숨에 홍콩의 대단한 습도를 처음으로 경험해버렸다.


우리는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탔고, 서울 근교 신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2층 버스에 탑승했다. 한국에서도 아주 가끔씩 수도권으로 뻗는 BRT에서 2층 버스를 볼 수 있었으나 홍콩은 놀랍게도 모든버스가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보통 공항은 그 나라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만남의 장으로 나는 해외 어디를 갈 때마다 공항의 구성과 동선, 그리고 입출국하며 느끼는 경험에 집중하고 있는데, 내부 동선은 인천공항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나 버스가 공항 밖을 벗어난 순간 다른 나라들과 아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 공항은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고 비행기의 특성상 큰 소음을 불러오기 때문에 보통 도심 외곽에 위치한다. 이런 거리를 보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길게 뻗은 고속도로가 이어져 있다.


홍콩의 주요 도심인 구룡반도까지 가는 길에는 좁은 고속도로가 있었고, 그 길의 끝에 펼쳐진 건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도시 밀도(密度)였다.


양쪽의 높은 건물을 둘러싸고 가운데 있는 왕복 4차선의 메인도로는 계곡 사이를 흐르는 물과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거기다 버스가 신기해서 2층에 냅다 올라섰는데 일상적이지 않은 높이가 주는 약간의 공포감과 함께 하늘이 좁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꼈다.


끈적하고 무거운 날씨를 뒤로하고 숙소에 도착 후 정신을 차려보니 어스름한 저녁이 되었고 호텔 앞을 나와 찌는듯한 더위를 이겨내고 본 하늘은 무거운 습기를 머금고 뿌옇게 가라앉아 있었다. 홍콩의 필수코스인 빅토리아 하버를 보기 위해 스타의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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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이는 스카이라인과 그 사이를 오가는 작은 배들, 그리고 밤이 되자 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오더니 앞에 있는 건물들의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매일 진행되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A Symphony of lights)로 홍콩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중에 하나였다. 각기 다른 사유 건물들이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네온사인과 조명들이 즐겁긴 했지만 날이 흐려서 그런지, 아니면 해당 레파토리가 만든지 오래되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큰 감동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도시 안에서 저런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과 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을 관공서와 실무자들이 떠올라 마음이 살짝 아프기도 했다.


스타의 거리에는 별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디즈니 겨울왕국,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영화와는 담을 쌓고 있는 나이다. 홍콩 방문 전 꼭 봐야할 바이블인 중경삼림도 보지 않고 왔다는 것은 홍콩을 오롯히 즐기기 어려웠지 않았나... 라는 뒤늦은 후회가 몰려오는 부분이기도 했다. 홍콩영화. 1980년대~1990년도까지 느와르, 무협, 코메디 등 다양한 장르, 훌륭한 작품들로 아시아 전역을 강타한다. 성룡, 주윤발, 왕가위 등 주옥 같은 배우들이 이때 황금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조금은 더 알고 갔으면 스타의 거리를 오롯히 즐길 수 있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은 아직도 남는다.

홍콩의 수 많은 빌딩들은 아시아 금융의 중심이었던 홍콩의 잔재이기도 하다. 과거 홍콩의 위상은 아니지만 높게 뻗은 홍콩의 Y축은 그 시절 폭팔적으로 성장하던 그 모습을 대변하는 상징물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에 비해 좁은 땅, 그렇기에 바빌론의 탑과 같이 끊임없이 하늘로 치솟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홍콩이 허브이다 보니 원주민 보다는 여행객들이 매우 많았다. 이 곳에 정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기에 후덥지근한 홍콩 여행 첫 날이 더 아쉬웠었다.

문화기획자인 우리 둘은 여행 전부터 홍콩에 있는 다양한 박물관, 미술관을 가보려 했다. 그 나라의 역사문화, 미학을 압축적으로 살펴보려면 시원하고, 모여있고, 다 있는 뮤지엄이 최고인 것이다. 둘째날 우리는 홍콩에 있는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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