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진을 보면 엄마는 살이 찐 것도 아닌데 퉁퉁 부어있다. 삶의 무거움과 마음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몇 년 후에 떠난 아버지 환갑 기념 가족여행에서의 엄마는 미간의 주름이 좀 사라졌다. 시험관 시술로 얻은 내 아이가 막 돌 지난 후 처음 떠난 여행이었다.
그 아이가 8살이 되었을 때는 동생인 둘째와 조카들까지 데리고 한 달 살기 여행을 떠났다. 내가 아이들 네 명을 어떻게 돌보겠냐며 억지로 밀어붙여 부모님의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던 그 해는 엄마 아빠의 결혼 40주년인 해였다. 마침 우리의 여행 중에 결혼기념일이 포함되어있던 참이었다. 타국에서도 꽃과 케이크를 사고 색종이로 가랜드를 만들어 붙여놓고 파티를 했다.'40'이라는 풍선을 들고 숙소에 있던 수영장까지 내려가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댔다. 그 사진의 엄마는, 참 예뻤다.
십오 년쯤의 시간을 지나는 엄마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나는 '마음 내려놓기'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한다. 몇 시간씩 호숫가에 앉아 언제든 뛰어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는 엄마는 이제 그 지역의 인싸가 되었다. 지금까지 엄마의 삶이 그래 왔듯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멋진 60대가 되었다. 일본 여행의 사진에서 퉁퉁 부은 얼굴의 엄마는 이제 없다. 아빠와는 각방을 쓰시지만, 아직도 아침마다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잘 지내신다.
나는 여행을 다녀오면 사진을 꼭 앨범으로 만들어 보관하고 선물도 한다. 지금도 친정집에 가면 내가 선물한 앨범들을 고이 간직하고 자주 열어보신다. 시간 순서대로 사진을 보면 신기하게도 엄마의 인생이 모두 보인다. 그리고 나는 구시렁거리는 엄마 손을 끌고 일본행 배를 타던 그 여행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마음을 말랑말랑 녹여주고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