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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쉬는 돌 Aug 22. 2023

완벽주의자 VS 게으름뱅이



어느 날부터 다리가 아팠다.

발목 부분이 아파서 아침이면 쩔뚝거리며 걸은 지 몇 달, 병원에 갔다.

"허리가 안 좋으시네요. 아직 디스크까지는 아니지만, 허리랑 골반이 다 틀려있어요. 평소 자세가 별로 좋지 않으셔서 그렇습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지 않으시면 척추 힘이 아닌 그 근처의 근육의 힘을 갖다 쓰게 돼요. 장기간 지속되면 디스크가 됩니다."



평소 자세가 안 좋은 것은 인정하는 바이고, 언젠가는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고치지 못했던 습관이었다.



문득 나의 척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신체적인 약점 때문에 삼십 년을 곧게 펴지 못한 나의 허리에 대하여. 요가를 시작하고 키가 1센티 자라서 얼마나 놀랐던지. 고작 몇 개월의 스트레칭으로 키가 클 정도로, 나는 허리 주변 근육들을 혹사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만 더 편하게 있지 뭐, 하는 생각이 몇 달이 되고 몇 년이 된 후 나의 평생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아침마다 종아리 뒤쪽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아픔이 과거의 나를 질책하는 듯하다.


한 정신의학과 교수가 TV에서 누군가에게 말했다. 당신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완벽주의자라고. 잘하지 못할 거면 차라리 하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에 안 하는 거라고.

아, 너무도 내 얘기 같았다. 나는 게으른 것이 아니라 완벽주의자구나.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나의 게으름이 좀 더 뻔뻔해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오늘까지만' 핑계를 대던 마음을 이제는 다잡아야 할 나이가 되었다.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 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다.> 서글프다.


병원에서는 허리인대를 강화해 준다는 주사를 권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몇 번의 주사 시술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안내문만 받아 들고 문을 나섰다.

2년 넘게 쉰 요가를 다시 시작했더니 다리가 부들부들, 몸이 삐끄덕. 잘 기억해. 이게 네 게으름의 결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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