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4o‘지브리’ 열풍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작가들의 창작권리와 인공지능 2차 저작물의 윤리적 충돌

by 홍지수

[한국 공예, 오늘은] _3


"조금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 미야자키 하야오(1941- )




요즘 우리는 AI가 만든 그림, 영상, 음악, 영화, 게임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창작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윤리적 논쟁, 저작권 침해 문제 역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오픈 AI가 최근 출시한 ‘챗GPT-4o 이미지 제네레이션’ 모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브리 필터로 생성한 이미지들이 전 세계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점령했다. 챗GPT-4o는 원본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바꾸는데 뛰어난 능력이 있다. 간단한 대화형 요청만으로 지브리뿐 아니라 레고, 디즈니, 픽사, 심슨 등 여러 애니메이션, 미술 화풍 등으로 사진을 이미지로 바꿔준다. 이중 지브리 스타일이 가장 인기다. 오픈 AI 최고 경영자 샘 올트먼(Samuel H. Altman)은 지브리 열풍이 불자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녹아내리고 있다.”라면서 "우리 팀도 자야 하니 다들 이미지 생성을 좀 자제해 달라.”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얼마 안 가 일각에서 창작 윤리 및 저작권 침해 문제가 불거졌다. 지브리의 상징 인물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는 평소‘아날로그적 신비감’과 '완결성에 대한 집착'을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모든 장면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제작할 만큼 그는 손으로 만든 장면의 힘을 매우 중시하는 창작자다. 그의 창작이 작가성과 대중성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국경을 초월해 인간이라면 소구 할 만한 이야기,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소재, 따뜻한 감성에서 모두가 공유, 수긍할만한 보편성을 도출하는 데 있다. 그중에서 인간다움이야말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평생 지켜온 창작 철학이자 삶의 태도다.


출처 : 샘 알트먼 오픈 AI CEO의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 교체 '챗 GPT-4o'를 통해 생성 출처 : X, 뉴스


지브리 화풍의 인기를 두고, 오픈 AI가 학습활용에 지브리 스튜디오와 계약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픈 AI 측은 특정한 스타일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일본 문화청은 이러한 AI 열풍에 대해 화풍 같은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보호하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으며, AI 기술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이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정작 지브리스튜디오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쟁점과 상관없이, AI 콘텐츠 생성 기술이 저작권 위반이라는 주장이 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뉴욕의 프라이어 캐시먼 로펌 소속 변호사 조시 와이겐스버그(Josh Weigensberg)는 "작품 스타일(style)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문제가 전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지브리풍’ 이미지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상을 보고, 대중이 이미지를 스타일로 소비, 공유하고 곧 사라질 밈(meme) 유행으로 가볍게 보는 시각도 있다. AI 생성 이미지 스타일 중에 유독 사람들이 지브리를 선호하는 것은 오히려 대중이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타일과 세계관에 경의를 표하는 오마주이며 팬심이라는 의견도 있다. 왜 사람들은 많은 화풍 중에 지브리에 열광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씁쓸한 면이 없지 않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은 모두 이웃, 친구처럼 익숙하고 따뜻하다. 사람들은 지브리풍으로 얼굴을 바꾸고 좋아하면서 아날로그적인 감성,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서사를 나, 가족의 것으로 바꿔 즐긴다. 인간적인 것, 따뜻함, 친근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아날로그 감성이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 열풍의 인기 요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지브리 스타일'이라는 손쉬운 명령어 입력만으로도 불과 몇 분만에 하야오가 그린 듯한 만화풍 초상을 얻을 수 있는 AI 시대


인공지능이 만든 지브리 열풍운 향후 인공지능과 창작자 그리고 대중 사이에서 불거질 원본과 복제, 창작과 번역, 의미와 유희 사이의 새로운 문화적 지형의 예고편이다. 창작자들은 긴 시간 인고와 심혈을 기울인 창작물을 몇 분만에 생성하는 인공지능과 그것을 놀이로 공유, 소비하는 대중을 보며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다. 저작권의 침해와 더불어 이제는 누구나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누구나 작품을 만들고 도용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창작에 대한 암담함과 자괴감도 토로한다. 발터 벤야민이 예고한 기술 복제의 시대에서 이제 창작은 해체를 거쳐 다시 번역되는 대상일 뿐, 저작자라 하여도 창작을 소유할 수 없고 대중이 그것을 어떻게 변형, 소비하던 그저 받아들여야 할 운명인가? 이 억울한 운명을 공예가들은 피할 수 있을까?


천종업작, AI 디자인.3D 모델링 & 렌더링.3D 레진 프린팅.로즈골드 크롬도금. 2025 ©작가
인공지능에게 가방 디자인을 맡겼더니 생긴 일 - ©YouTube 하안 아뜰리에 HAHNS ATELIER


아직 공예계에는 다른 매체만큼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이 활발하지 않다. 자연재를 선호하고 물성을 강조하며 수공성을 중시하는 작가들의 제작 태도, 이것을 도자 예술 및 공예의 미학 및 가치로 인정하는 소비자의 선호가 다른 예술 매체에 비해 인공지능 창작 활성화가 더딘 이유로 짐작한다. 그러나 도자예술 역시도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과 이것이 견인할 법적, 윤리적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다. 기실 공예계에서 저작권 침해 및 모방의 문제는 새롭지 않다. 최근 공예시장이 확대로, 작가들 간에 소위 유사한 작품 스타일에 대한 모방 논쟁 및 저작권 침해 논란이 자주 불거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대중화가 이를 부추기는 일면이 있다.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 활성화되고 소셜미디어와 맞물리면, 공예계 안팎에서 AI를 사용한 창작 관련 다양한 윤리적 문제가 다수 불거질 것으로 본다. 순수함, 따뜻함을 담은 인공지능 지브리 스타일이 쏘아 올린 공, 특히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남의 문제 같지만, 늦기 전에 우리가 서둘러 기술 발전과 창작자 보호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닐까?



본 글은 2025년 월간도예 5월호 공예칼럼 홍지수의 <소소담화>에 '챗GPT-4o‘지브리’ 열풍이 쏘아 올린 공'을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저자와 사전동의 없는 본 글의 무단 복제, 편집, 캡처, 인용, 공유 등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필요하신 경우, 댓글이나 메일로 협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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