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말차’ 홀릭

맛’ 아닌 ‘멋’의 유행하는 시대, 공예가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by 홍지수

[한국 공예, 오늘은] _2


2025년 현재, 전 세계 MZ세대 사이에서 말차(Matcha) 열풍이 거세다. 카페에서는 말차 라테를 대표 메뉴로 내세우고 SNS에는 너도나도 인증숏이 올라온다. 세계적인 인플루언서 블랙핑크 제니, 벨라 하디드(Bella Hadid), 듀아 리파(Dua Lipa),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 등이 자신의 SNS나 뮤직비디오에 말차를 들고 등장했다. 그야말로 말차는 음료가 아니라 힙(hip)스러움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말차의 인기가 단순한 인플루언서의 광고 덕분이라고 하기엔 심상치 않다. 인스타그램에‘matcha’를 검색하면 게시물이 915만 건이나 뜬다. 유튜브에서는 일본식 말차모찌를 만드는 쇼트폼(짧은 동영상)이 조회수 8500만 회를 기록했고, 수많은 말차라테 레시피 영상도 볼 수 있다. 왜 갑자기 말차가 세계적인 열풍일까? 왜 MZ세대는 커피 대신 말차를 마실까?





전 세계적인 MZ세대의 말차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분석하길, MZ세대 건강한 삶 즉, 웰니스(wellness)에 대한 높은 관심을 꼽는다. 녹차와 말차는 원물과 제조법이 다르다. 녹차는 햇빛을 충분히 받으며 자란 잎을 사용하지만, 말차는 차광 재배로 햇빛을 가린 환경에서 자란 어린 새싹을 사용한다. 녹차는 찻잎을 고열로 건조하거나 찌고 말려 잎차 또는 티백 형태로 만들지만 말차는 찻잎을 시루에 찐 후 잎맥을 제거하고 맷돌로 곱게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든다. 녹차는 산뜻하고 쌉쌀한 맛이 특징이나, 말차는 풀향이 진하고 쓴맛이 덜하다. 말차가 녹차보다 항산화 성분이 10배 가까이 많고, 카페인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차가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당 흡수를 조절하고, 혈당 수치 변동을 완화하며 암 예방 효과도 있다지만, 이러한 의학적 효능이 MZ세대가 말차를 선호하는 주요인은 아니다.



녹차 하면 떠오르는 건강, 웰빙과는 거리가 먼 요즘 '말차' 디저트 유행
말차 라테를 쏟은 후 그것을 찍어 올리는 matcha spill 챌린지, 은근슬쩍 자신의 패션이나 아이템을 자랑하는 밈


SNS에 올라오는 풍토를 보면 말차의 유행 원인은 인스타그래머블한 특유의 색감과 비주얼에 있다. 대부분 라테 형식으로 제조한다. 말차의 선명한 초록색은 SNS에 최적화된 비주얼이다. 대표적인 키워드 #말차 스필(#matcha-spill)은 MZ가 맛이 아닌 멋으로 말차를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차 라테를 일부러 바닥에 쏟은 뒤, 그 위에 자신의 옷이나 신발, 소지품을 함께 찍어 SNS에 인증숏을 올린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8달러나 하는 말차를 사고 멋지게 쏟은 다음, 스타일리시하게 소지품을 놓고 사진을 찍는다. 또한 말차를 대나무 차선으로 휘저어 크리미 한 거품을 내는 것, 그것을 우유, 시럽, 주스, 얼음 등 다양한 색상의 음료, 술 등과 섞어 그라데이션 단차와 비주얼,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맛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는 역시 맛보다 비주얼리 중요하다. 너도나도 한번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어지는 비주얼을 만들어 타인의‘좋아요’의 추앙을 받아보고 싶어 할 것이다.


MZ 세대가 열광하는 말차 유행을 선도하는 'Super'



글로벌시대 해외 셀럽들의 디토 소비(Ditto Consumption)는 국내에도 빠르게 들어왔다. 다만 말차가 국내에서 새로운 식재료는 아니다. 매해 여름 스타벅스가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를 비롯해 말차라인을 내놓았고 국내 오설록 또한 프리미엄 말차 ‘그린카페인’을 전개하며 웰니스 트렌드를 이미 제시했다. 오히려 국내 말차 유행은 해외에 비하면 뜨거움이 덜 실감 나는 듯하다. 그러나 자신이 선호하는 인플루언서나 셀럽의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는 디토 소비가 강한 한국 MZ의 소비유형을 생각하면, 파우더 형태로 라테, 디저트, 베이킹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DIY 혼종이 가능한 말차 콘텐츠는 오히려 해가 갈수록 한국 F&B 및 공예 시장에도 상당히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근저 엔저로 젊은 세대의 일본여행이 수월해 현지에서 좋은 마차를 마시고 국내로 가지고 들어와 즐기는 젊은 차애호인들도 많아졌음도 감안하면, 커피에 못지않은 미래 국내 차시장의 성장을 기대할만하다. 이미 F&B업계에서는 명동에 맷챠(Metcha)를, 성수동에는 슈퍼말차(Super), 잠실롯데월드몰에는 교토퍼펙트말차 등을 열며 MZ의 말차 열풍을 타깃으로 영업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본점에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를 열고 차를 콘텐츠로 프리미엄 식품관 강화에 나섰다. 기존 백화점을 쇼핑·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온라인 중심의 패션, 식음료 유행을 꾀하는 유통기업의 '타운화' 전략에 차와 공예가 있다.



최근 신세계 명동점에 지하 1층과 5층에 문을 연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출처: Design+


이처럼 글로벌 차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지만, 국내 공예가들은 식문화의 일원임을 인정하면서도 좀체 온라인중심으로 유행하는 ‘요즘 맛’에 둔감하다.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작업, 디자인, 마케팅에 녹여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지 잘 모르거나 음식에는 관심조차 없다. 공예는 예술가와 달리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작업에만 골몰하면 안 된다. 공예품의 유용성과 견고함도 중하지만, 지금은 배가 고파 음식을 먹고 쓸 것이 없어 물건을 사는 시대가 아니다.


다시 돌아가, 말차가 왜 유행할까? 건강적 효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MZ들에게 말차는‘느린 라이프’의 상징이다. 말차를 격불 하는 나의 모습을 sns에 올리는 목적은‘머무는 집중과 여유, 평온한 시간을 욕망하고 소유할 수 있는 자’라는 것을 타인에게 표방하고 타인과 공유하려는 것이다. 이른바 차는 커피와 달리‘조용한 사치(quiet Luxury)’이자 ‘커피라는 빠른 삶을 내려놓고 차로 대변되는 느린 삶의 자발적 선택’이다. 아마 몇 년 전 유행한 예능‘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아침마다 로브를 걸치고 조용히 차를 내려 마시는 아침 루틴이 유행했다. 덕분에 한남동, 연남동, 성수동 일대 티룸이 유행하고 보안여관‘차 페스티벌: chachacha’등을 통해 MZ들의 차도구 수집 유행이 일었다. 덕분에 차도구 만들고, 차 덖는 사람들도, 차를 즐기는 애호인도 연령대가 낮아졌다. 해외 인플루언서발 말차 유행은 한국 공예시장과 제작을 어떻게 바꿀까? 이미 자본은 정확한 정보와 흐름을 예측, 판단하여 한국 공예 및 차 시장에 들어와 움직인 지 오래된 것 같지만 말이다. 모름지기 바람을 모르면 풍향계라도 유심히 올려다볼 일이다.


글로벌 말차유행을 타고 말차를 베이스로 다양한 녹차맛 디저트가 등장하고 있다. 흑임자, 약과 등 전통의 맛, 할매니얼 입맛이 주도하던 F&B시장의 유행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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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오설록의 3월 말차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72% 늘었다.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도 강남점 티샵을 말차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2) 올해 1월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더 비즈니스 리서치’는 세계 말차시장 규모가 2024년 38억 4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1.2%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9년에 64억 80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본 글은 2025년 월간도예 9월호 공예칼럼 홍지수의 <소소담화>에 '세계는 지금,‘말차’ 유행 :‘맛’ 아닌 ‘멋’의 유행'을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저자와 사전동의 없는 본 글의 무단 복제, 편집, 캡처, 인용, 공유 등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필요하신 경우, 댓글이나 메일로 협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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