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과학에 관계된 책들은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상당히 많이 냈는데 첨단 과학에 관계된 책들은 서양 과학자들의 손으로 써진 것이 대부분이고 동양권에서는 일본 과학자가 쓴 책을 딱 한 권 접했을 뿐이다. 고전 과학에 관계된 책들은 대체로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 순수과학적 내용만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미건조해진 것 같다. 과학 전공인 사람이 들여다봐도 지겹기 그지없는데 일반인들이 보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최근에는 과학 대중화의 이름으로 재미있는 과학책을 출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대부분 어린 초중학생들을 주독자층으로 하여 전공자들이 읽으면 재미는커녕 유치함만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을 출발점으로 하여 초끈 이론에 이르는 첨단 과학에 관계된 책들은 철학화된 과학이라 고차원의 정신이 담긴 것처럼 느껴져 내용이 아주 풍부하고 재미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재미의 일부분은 과학이 자연과학을 넘어 인문학의 일부와 통합되면서 나타난 것 같기도 하니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사실 인간들에게 감동을 주고 재미를 느끼게 하는 내용들은 엄격한 진리를 기반으로 하지 않기에 엄청난 자기모순과 편견의 가능성을 갖게 된다. 즉, 단순한 다양성이 고차원의 정신으로 과대평가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대의 철학자나 인문학자는 현대에 와서도 커다란 위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학분야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대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는 현대의 과학 비전공 대학생들과 대화해도 패배를 당할 수밖에 없다. 과학에 관심을 가진 중고등학생들에게도 판판히 깨질 운명이다.
지금까지 꽤 많은 첨단 과학책을 읽었는데 나는 여전히 이들 첨단 과학을 고전(뉴튼) 과학처럼 온전한 진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들이 고전 과학이 접근할 수 없는 부분까지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더 우수한 과학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실험과 그에 기초한 엄격한 진실을 위주로 받아들이며 과도한 상상의 나래를 절제하였던 고전 과학에 비해 더 많은 이론적 오류와 편견을 가지고 있음도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론적 결함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후배 과학자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의 길을 열기도 하는 면은 아주 긍정적인 전망이지만, 사이비 종교처럼 맹신이 끼어들면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허송세월만 하고 마는 부작용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의 기본 정신이 기본지식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명확하지 않은 것은 확률적 가능성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종교나 정신분석학 같은 학문처럼 지나치게 많은 폐인들을 양성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분명하게 충고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예술이나 철학, 수학처럼 성취도 불분명하고 직업을 갖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이론 물리를 전공하지 말라는 점이다. 실험 물리와 이론 물리에 모두 정통하여 경쟁력을 갖추되 실질적 쓰임새가 많은 실험 물리 쪽에 더 정통해야 처자식을 벌어먹이면서 아름다운 물리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
이번에 아주 재수가 좋게 첨단과학에 대한 수준 높은 견해를 밝힌 경희대 남순건 교수가 쓴 스트링 코스모스를 한국 과학자의 책으로는 처음 접하게 되었다. 서양의 아주 유명하다고 소문난 과학자의 글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명쾌한 해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것은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한국의 가장 위대한 인재들이 물리를 전공하던 과거의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연예 한류보다도 훨씬 위대한 과학 한류의 증거이다. 그 가장 앞선 선두주자가 바로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소재가 된 고 이휘소 박사이고 이 책의 저자 남순건 교수도 현대 과학계의 내로라하는 초끈 이론계의 거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논문을 발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소 유명세에서 밀려 먼저 나온 자신의 논문이 뒤에 나온 서양 과학자들의 논문보다 큰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함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평소 하던 사오십분 산보에서 몇백 미터를 더 걷는 시험을 하다 중간에 산길 도서관을 만나 좋은 읽을거리가 없나 하고 뒤적거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뒷산 산책로까지 파고든 도서 관련 공무원들의 손길이 나의 눈을 유혹하였다. 단 하루의 시험으로 역시 내 몸은 하루에 사오십분 이상의 산보를 허용하지 않음을 절절히 깨닫게 되었지만 이 책을 얻어 이렇게 독후감까지 쓰는 영광을 얻게 되어 한국 과학에 더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음에 그리 슬프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공계를 기피하는 냉풍이 계속되는 한 과학 한류는 금세 사그라들고 연예 한류만이 남아 세상 사람들을 미혹할 미래를 생각하니 국가적으로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
진짜로 실력 있는 사람이 쓴 글을 잘 들여다보면 절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다. 바로 이 책이 그러하다. 이론 물리학자들이 한 세기나 일찍 인간들에게 주어져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자부하는 초끈이론임에도 이 분은 책의 곳곳에 '이 내용은 검증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는 이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오류와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지극히 솔직한 학자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초끈 물리학자 중의 하나라고 소문난 과학자들도 이분처럼 열린 관점을 겸허하게 제시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하였다. 이분처럼 솔직하게 오류의 가능성을 드러내면 초끈이론이 무시당하여 손님 확보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동업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는 성자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수학은 논리적으로만 정교하면 되고, 철학은 그럴듯하기만 하면 되고, 종교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만을 가져다주면 되지만 과학은 모름지기 이분처럼 진위의 가능성을 솔직하게 드러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과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책에서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통일장 이론의 핵심이 바로 이 책에서 나온다. 초끈 이론은 자연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네 가지의 힘을 수학적으로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기에 궁극의 이론이라고 부른다.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넘어서는 과학은 없다고 자부하기에 과학이론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실질적으로도 그러한지를 밝히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이 부분을 과학적 실험 사실을 이용해 명확히 말하고 있다.
높은 에너지 수준에서 강력처럼 강한 힘은 점점 약해지고, 중력 같은 약한 힘은 점점 강해지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를 우주의 팽창을 보고 과거를 더듬어 한 점에서 우주가 시작했다는 빅뱅이론이 나오듯 과학적으로 유추해보면 특정 에너지 수준에 도달하면 강한 힘과 약한 힘이 모두가 같은 힘의 크기를 가지게 되고 이런 경우 우리는 네 가지의 힘을 하나의 힘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이 실험에 부합하는 통일장 이론을 수학적으로 만들면 모든 힘을 하나로 통합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흐름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수학을 기반으로 한 종교가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 세부적인 내용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무수히 많은 오류의 가능성이 있고 그 오류는 후세 과학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초끈 이론을 가장 쉽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중력파이다. 초끈 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지금처럼 공간 3차원과 시간 1차원을 합친 4차원이 아니고 나머지 7차원이 인간들에게 인식되지 못하는 11차원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차원은 우리들의 감각이 주로 3차원 공간에서 전파되는 빛에 의해 지각되기에 그런 것이다. 따라서 만일 이 세상에 차원과 관계없이 전파되는 중력파를 이용해 우주를 감각하는 생명체가 있다면 숨겨진 우주의 차원까지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빅뱅 시 발생한 중력파를 측정하기 위한 시설들이 설치되어있고, 중력파에 의해 시공간이 휘어지는 정도를 측정하면 간접 증명이 가능하다 한다.
상대성 원리에 의한 시공간의 비틀림은 거대 중력인 태양 근처로 지나는 빛의 휘어짐으로 측정이 가능하여 개기일식을 기다려야 하나, 초끈 이론에 의한 시공간의 휘어짐은 전 우주적 규모로 일어나기에 지구에서도 측정이 가능할 것이라 한다. 약 4km 정도 되는 기다란 실험시설이면 충분히 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쌍생성과 쌍소멸에 의한 시공간의 요동을 잡아내는 장치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시 이론의 부분적 증명이기에 이론 전체를 진리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런 이치는 상대성 원리처럼 완전히 증명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론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니 이론이란 항상 개선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누구라도 인생을 바쳐 공부하다 보면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나 보통 결심으로는 그런 인생을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에 대한 열광의 십 분의 일만 과학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바쳐도 분위기는 전혀 달라질 것이 언 만...
이런 수학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과학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 중의 하나가 바로 대칭성 깨짐이고 최근에는 게이지 대칭성 깨짐에 관여하여 물질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신의 입자라는 힉스 입자가 발견되어 영국의 과학자 힉스가 노벨상을 타는 현실과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 개념은 사람 몸의 좌우대칭, 거울을 볼 때 거울을 들여다보는 사람과 상의 대칭 등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모든 물체는 대칭과 관련이 있고 그 대칭의 미세한 불균형에 의해 우주 만물이 생겨난다고 보는 개념이다. 그러나 몸의 상하 비대칭, 거울의 상은 허상이고 거울 밖의 물체가 실체라는 점 등을 생각하면 전혀 진리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이 원리를 기반으로 펼쳐진 수학적 발전이 참이 되려면 대칭성 깨짐이 절대적 진리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0이 아닌 다른 수에서 시작한 계산처럼 항상 어긋난 정보를 우리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만일 대칭성 깨짐이 진리가 아니라면 초끈 이론은 전적으로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과학적 정보와 수학적 계산을 활용한 새로운 종교라는 비판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빅뱅이론의 경우에도 완벽한 대칭의 상징인 한 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따라서 대칭성 깨짐이 없다면 균일하게 우주가 팽창하여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의 미세한 대칭성 깨짐으로 인해 물질이 치우치게 되고 그 치우침이 만유인력에 의해 증폭되어 끊임없이 입자들이 한 곳에 엉겨 붙어 별들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그 별들의 진화 과정에서 수소와 헬륨이 별들의 엄청난 중력에 의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불타오르고, 작은 원소의 융합에 의해 더욱 큰 원소들이 창조되어 점점 복잡해지다 급기야 우리들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런 대칭성 깨짐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가? 아무도 답을 해주지는 않지만 초끈 이론을 바라보고 있자니 초끈 자체가 점과는 달리 완벽한 대칭이 아니기에 초끈이 만들어지는 태초에서부터 대칭성 깨짐이 존재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도대체 이 초끈은 또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것인가? 우주의 기원을 밝히려는 최첨단 과학은 물론 인간들이 가진 모든 근원적 질문에는 답을 해도 해도 모르는 것이 자꾸 나온다. 현재의 최첨단 과학이론이 진짜 답인지도 분명치 않다. 치밀하게 추구하되 진실 앞에 겸손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