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삶을 벗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에필로그] 회사 밖은 정말 지옥일까?

by 쭈프린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명문대 공대생이 진행하는 멘토링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내 말을 들은 멘토는 이렇게 말했다.

"공대에 가고싶다고? 글쎄. 공대 별로 안좋아. 경영이 최고지. 공학도가 1억을 받고 어떤 기술을 만들어내면 경영하는 사람들은 그 기술을 가지고 2억, 3억을 벌어. 멋지지 않아? 잘 생각해봐. 돈을 버는건 누구일까? 내가 너라면 경영을 공부하겠어. "

공학도가 되고싶다는 이과생에게 뜬금없이 경영학과라니, 웃기고도 이상한 멘토라고 생각했지만 난 그 말이 왠지 모르게 인상깊었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 말을 기억할 정도로 말이다.


결국 난 멘토의 말대로 상경계열에 진학했고, 원하는대로 회사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경영이 아닌 관리였고, 회사가 잘 굴러가도록 지원하는 일이었다.

물론 그 일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내 성향상, 이 일을 평생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할 수 있을 것 같다해도 평생 시켜준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불안했다.

하루 3시간. 지옥철에 이리저리 치이며 출근하고 또 퇴근하고. 오늘도, 내일도 한치의 예외 없는 날들이 계속된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게다가 혼자서 무언가를 생산하고 판매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로 나이들어 직장을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작은 실패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게 뻔했다.

그게 스트레스가 되어 몇 달동안 저녁만 먹으면 배가 부풀어올랐었고, 지하철에서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지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에 급하게 아무 역에 내렸던 적도 있었다.

아마 멘토가 내게 해줬던 경영을 공부하라는 말은 이런 결말을 염두해두고 말해준 게 아니었을 것이다.

불안하지 않게 살기 위해선 내 일이 필요했고, 그 일을 찾기 위해 나는 회사를 나왔다.




짧은 회사생활을 경험하고 내 손으로 내 커리어를 꼬면서 나는 내가 결국엔 이렇게 될 운명이었단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가끔은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내 일을 찾겠다는게 그렇게도 비현실적인가? 라는 생각에 내 현실감각을 의심하곤 한다. 하지만, '뭐해먹고 살래?'라는 걱정으로 아무런 도전도 안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런 나에게 책임질 애도, 개도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어떻게든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길이 열리지 않으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의 앞날이 궁금한 요즘이라 좋다.






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에 연재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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