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용기

#4 교환학생 시절 이야기 1

by 쭈프린
나는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교환학생이라 하면 보통은 미국, 영국 등 영어권 국가를 생각한다.

비용이 조금 고민이라면 독일도 좋은 선택지다.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도, 영국도, 독일도 아닌 프랑스로, 파리도 아닌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보르도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프랑스어가 몽글몽글하니 듣기 좋아서 관심이 많았고, 어짜피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니 프랑스라고 다른 국가들과 다를 바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영어권 국가는 경쟁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럭셔리 마케팅이나, 와인 마케팅같이 프랑스에서만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다는 점도 좋았다.


보르도는 나름 프랑스에서 5번째로 큰 도시였지만, 하루면 시내를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이기도 했다.

작은 도시에서 크게 할 일이 없었던 나는 블로그에 내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고, 종종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만들곤 했었다.

가장 처음 만난 인연은 프랑스 전국일주를 하던 오솔이라는 친구였다.

오솔이는 프랑스가 좋아서 프랑스의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고 있었는데, 혼자 소도시 위주로 여행하다보니 외롭던 찰나에 여행 정보를 검색하다가 나와 내 친구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도 다른 한국인이 그립긴 매한가지였던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오솔이를 만나러 나갔고, 우리 셋은 금새 친구가 되었다.

우연히 만난 인연이지만 마음도 잘 맞았고, 나이도 다 동갑이었어서 오솔이는 일정을 변경해가면서까지 우리와 시간을 보냈다.


요즘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엔 유럽을 한바퀴 도는 유럽여행이 유행이었다.

유럽은 나라가 아닌 대륙인데도, 동남아나 일본처럼 자주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보니 어떻게든 일정을 꽉꽉 눌러담아 최대한 많은 나라를 돌고 오려고들 했다. '한달살기'라는 개념도 없을 때였다.

나도 프랑스가 좋아서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왔지만, 정작 프랑스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그렇게 프랑스까지 와서는 유럽에 왔으니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같은 주변 나라들을 최대한 많이 둘러보고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럽까지 와서 프랑스만 한바퀴 돌고간다니? 내 상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좋아하는 것도 확실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줄 아는 오솔이가 정말 멋있어보였다.

여행코스 하나 특이하게 짰다고 멋있어보인다고?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내가 그만큼이나 정해진 길에 익숙한 사람이었다는 뜻이었고, 난 오솔이를 통해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것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더 의미있다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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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주로 학교를 통해서 친구를 사귀게 된다.

많은 친구를 사귀어도 결국 주변엔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남기 마련이라 돌아보면 묘하게 자라온 환경도 비슷하고, 가치관도 성향도 비슷한 친구들하고만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인연이 생기는 건 흔하지 않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편견이 자리잡는다.


내가 걸어온 길이 정석이라는 편견


나쁘게 말하면 편견이고, 좋게 말하면 가치관이다.

100명이 있으면 100명의 삶의 방식이 다 다르다는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내가 걸어온 길이 대부분 사람들이 걷는 주류의 길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고 예쁜 보르도에서 만난 두번째 인연은 프랑스로 와인을 공부하러 온 너굴언니었다.

언니는 레스토랑에서 서버로 오랫동안 일했었는데 일하다보니 와인에 관심이 생겼고, 더 공부하고 싶어서 20대 내내 모았던 돈을 다 들고 프랑스로 공부하러 왔다고 했다.

" 손님들한테 와인을 추천해드릴 때 내가 와인에 대해 잘 모르니까 어렵더라고. 그래서 소믈리에가 되려고 왔어. "

난 너굴언니의 모든 결정이 신기했다.

언니는 20대 후반의 나이였는데, 20대 초반이었던 내가 생각하기에 20대 후반은 뭔가 자리잡아갈 나이고, 뭔가를 새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해보였기 때문이었다.

" 전재산을 다 털어서 아무도 모르는 해외에 공부를 하러 왔다고요? 공부를 다 마치고 나면 0에서 새로 시작해야하지 않아요? "

언니는 내가 말했던 것 처럼 부담이 컸던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소믈리에가 꼭 하고싶어서 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때 나는 어쩌면 내가 당연히 맞다고 생각했던 길이, 대학에 들어가 취업을 목표로 공부하는 이 삶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






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 5편 일부 내용과 6편 내용을 포함합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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