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진짜 다들 평생 이렇게 산다고?
교환학생 다녀오고 3학년 2학기가 되었으니 슬슬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했다.
당시에 딱히 하고싶은게 없었던 나는 전공을 살려 은행에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자신은 없었다. 특출난 전문성도 없고 영업 직무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게다가 은행원이 되고싶은 사람이 너무! 너무!! 많았다.
은행원이라는 직업은 내 적성이나 성향에 잘 맞아보이진 않았지만 상당히 고연봉인데다가 정년까지 안정적인 편이고, 육아휴직 제도도 잘 되어있어서 좋은 직업으로 평가되는 직업이었다.
대신 은행은 순혈주의가 강하고, 직업 특성 상 다른 업종이나 직무로 이직할 때 경력인정이 잘 안돼서 한 번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정년까지 다닐 생각으로 입사해야했다.
그래서 막상 은행에 들어갔는데 은행원이 잘 안맞는다고 느낀다면, 은행원이 되기 위해 취업 준비를 한 기간부터 은행원으로 재직한 기간이 모두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그 시간들이 어찌 시간 낭비일 수 있겠냐만은, 적어도 사회에선 직무와 관련없는 경험을 쌓은 기간을 공백기로 보니까 말이다.
취업준비는 승산없는 싸움같았다.
이런 상태이다보니 내 취업준비는 승산없는 싸움같았다.
내가 봐도 난 직업에 대한 확신도 없고, 역량도 떨어지는 평범하고 어중간한 지원자일 뿐인데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가 면접관들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물론 특별한 소구점이 없던 내 자기소개서로는 면접관 앞에서 말해볼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던 게 현실이기도 했다.
그렇게 기약없는 취준생 시절을 보내다가 모 은행의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던 날, 나는 대학원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라 많은 회사들이 채용문을 굳게 닫아버렸고, 스스로도 취업을 할 준비가 안됐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감사하게도 채용문이 닫힌 김에 공부를 좀 더 하면서 좋은 시기를 기다려보라는 교수님의 제안이 있었고, 그 해 바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하다보니 확실히 학부생보다는 뭔가 더 알긴 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잘 맞지 않았던 전공을 바꾸고,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전공을 찾아서 새롭게 공부를 해보게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그 덕인지 공부를 마친 후엔 어렵지 않게 전공을 살려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 모든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봐도 난 꼼꼼함이랑은 좀 거리가 먼 사람이고, 반복되는 업무에 지루함을 느끼는 타입이라 어쩌어찌 은행원이 되었어도 고생을 꽤나 했을 것이다.
직장인이 되고 난 뒤 3개월쯤 지났을까?
내 마음 속엔 한가지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 공부도 끝냈고, 결혼도 했고, 취업도 했고... 그 다음엔 뭘 하면 되는거지? '
대학원까지 나왔으니 학교를 더 다닐 것 같진 않았고(박사는 NO), 대학원 다니면서 결혼도 했고, 지금 다니는 이 직장이 내 마지막 직장은 아닐테지만 이직을 한다해도 난 그냥 회사다니는 사람일거고.
앞으로 30년정도 매일매일 회사 나와서 일하고, 가끔 연차써서 놀러가고, 이직해서 연봉 올리고?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건가? 30년을? 그 뒤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깊은 고민없이 얼렁뚱땅 취업해버린 탓이었을까?
직장인이 된 나는 허무했고, 혼란스러웠다.
어떻게든 직장인이 돼서 돈 잘 벌면 되는게 아니었나?
삶에는 단계가 있다. 입학, 졸업, 결혼, 취업 등등.
각 단계를 하루하루로 쪼개보면 그 안엔 수많은 행복과 좌절이 있지만, 인간은 단계를 넘어서면 모든걸 망각하고, 좋은 기억만 남기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 그때가 좋았지 '
취업을 하고 난 뒤 가장 끔찍했던 건 그 다음 단계가 너무 까마득하다는 것이었다.
그때가 좋았다며 과거를 추억하려면 최소 30년은 회사에 다녀야하는데, 그 30년 동안 아침 7시에 일어나 지옥철을 타고 비몽사몽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해서 2~3시간 동안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주말만 기다리는 삶을 산다면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았다.
인생 선배들은 나같은 고민을 하는 초년생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 직업과 자아를 분리해라. "
" 직업으로 자아실현할 생각 마라. "
" 직업은 도구일 뿐이다. "
맞는 말이었지만, 난 여전히 그렇게 넘어가기엔 회사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어짜피 일하고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일하는 시간도 사랑하고 싶었다.
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 8, 9편 내용을 포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