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혼란스러운 순간

#7 나의 첫 번째 퇴사 이야기 1

by 쭈프린

내가 다닌 첫 번째 직장은 규모가 크지않은 중소기업이었다.

탄력적인 근무 형태, 자유로운 분위기.

중소기업이었지만 젊은 직원들이 많았고, 나름 체계가 있는 곳이라 인터넷에 올라오는 중소기업 괴담같은 일이 일어나는 곳은 아니었다.

너무 바쁜 시즌이 아니라면 일주일에 1번 정도는 재택근무를 했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워서 지옥철도 피할 수 있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6시쯤이라 저녁먹고 산책도 나가고, 운동도 하고 그야말로 워라밸을 지키며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다.

좋은 사람들도 많았다. 선임들도 훌륭했고, 힘들 때 힘들다고 징징대면 내가 콩으로 마라탕을 만들었다해도 그게 맞다고 편들어주는 동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 회사를 1년 만에 그만뒀다.


회사에서 하는 일을 100% 이해하고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에서 일할 때 나는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종종 느끼곤 했다.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는 일이 대다수였고, 피드백을 받아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똑같은 걸 반복해서 물어봐야했고, 너무 많이 물어보는 것 같아서 일단 조금 하다가 도저히 모르겠어서 또 물어볼 때가 많았다.

그럴때면 선임은 다시 설명해주면서도 "아까 말해줬잖아."라며 눈치를 줬다.

내가 보기에도 분명 아까 들은 설명인데 왜 이렇게 이해가 안가는지, 다시 물어보지 않고 잘 해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서 힘들었다.


'내가 이걸 한번 듣고 잘 해내면 신입이겠냐?'

속으론 이 말을 품고 다녔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웠다.

어디서는 인정받는 직원이었지만 어디서는 바보같은 직원이었다.

그럼 난 일을 잘하는 직원인걸까? 못하는 직원인걸까? 내가 부족한걸까? 이 일이 나랑 잘 안맞는걸까?

자신감도, 나에 대한 확신도 점점 떨어져갔다.

잘하고 싶었고 최선을 다했던 마음은 똑같은데,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평가는 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 회사랑은 잘 안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결국 난 점점 질문을 안 하게 되었고, 일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안돌아가고 있는지 모른 채 폭탄이 터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물어보는 것 때문에 눈치보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일을 두 번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거다.





어느 날은 인터넷에서 글 하나를 보게 됐다.


본인 팀 신입사원이 업무 시간에 많이 졸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글이었다.

신입사원이 좀 느리고 실수도 있는 편이라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그렇겠지, 잘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졸기까지 하는 걸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진다는 흔한 '요즘 애들 왜 이래요?'류의 글이었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댓글이 하나 있었다.


저요, 제가 신입사원 때 자리에서 졸았어요.
갑자기 환경이 바뀌니까 집에서는 잠이 잘 안 오고,
회사에서는 교육시간에는 긴장하는데 자리에 혼자 있으면 졸게 되더라고요.
제 선배는 중간중간 데리고 나가서 산책 같이 해주시고,
담배 피울 때 데리고 나가시고, 정 졸리면 티 안 나게 화장실에서 자고 오라고 하셨어요.
세수도 하고 오라고 하시고.
그 선배님들 덕에 회사 생활 20년 넘게 잘 하고 있네요.
당장은 혼내시는 것보다 도와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옛날의 제가 생각나서 그래요.


댓글을 읽으며 '나도 저런 선배와 일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녔던 첫 회사는 좋은 회사였지만, 내가 꿈꾸는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역량을 기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나는 믿어주는만큼 성장하는 사람이기에 내 자리를 찾아 떠나기로 했다.






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에 연재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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