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무너지는걸까? 멘탈이 먼저 무너지는걸까?

#8 나의 첫 번째 퇴사 이야기 2

by 쭈프린

모두가 그렇듯 이직은 생각같지 않다.


1) 내 직무와 경험을 원하는 공고가 올라와야하고,

2) 그 회사는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하며,

3) 복리후생이나 연봉도 잘 맞아야한다.


결국 모든건 타이밍의 문제.

그렇기때문에 회사를 떠나야겠다고 결정한 직장인의 마음은 지옥이다.




그 날은 배고픈 아침이었다.

시차출퇴근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라서 출퇴근 스트레스도 적고, 가끔 재택근무도 하고. 워라밸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나를 짓누르는 피로감은 사라지지않았다.

그러니 일어났을 때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은 특별한 증상이 아니었다.

컨디션이 평소보다 더 안좋다한들 새벽 6시부터 상사에게 전화를 해 오늘 출근 못하겠다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도 눈치주지 않았지만 그냥 혼자 눈치를 봤다.

전화를 드려야하나? 근데 전화를 드리기엔 너무 이른 시간 아닌가? 7시까지 기다렸다가 말씀드릴까? 근데 7시에 말씀드렸는데 출근하라고 하면? 집에서 그때 나가면 늦을텐데? 일어나면 확인하실 수 있도록 카톡을 남길까? 쉰다는 말을 카톡으로 하면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 그냥 일단 출근해야겠다.


출근을 하면서 생각했다.

'어느 정도로 아파야 아파서 쉬겠다고 말할만한걸까?'

'사람마다 그 어느 정도의 기준은 다 다를텐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결재 프로세스 없이 그냥 좀 쉬면 안되나?'


내가 아파서 못나가겠다고 하면 다 이해해줄텐데,
나는 왜 아파서 출근을 못하겠다고 말하는게 이리도 어려운걸까?


생각은 생각일뿐. 출근을 위해 평소보다 배고픈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탔고, 운이 좋게 자리에 앉았다.

몇 정거장 갔을까, 갑자기 확 배가 아파오더니 시야가 좁아지고 말 그대로 눈 앞이 캄캄해졌다.

이게 소설 속의 표현이 아니었단말이야?

숨이 잘 안쉬어지고, 공간이 갑갑하게 느껴지면서 쓰러질 것 같았다.

지하철이 정차하기만을 기다렸고, 정차하자마자 내려 눈 앞에 보이는 자판기에서 아무 음료나 뽑아 벤치에 앉아 숨을 가쁘게 쉬며 음료를 마셨다.

다행히 큰 일은 아니었던건지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벤치에 앉아 쉬니 바로 괜찮아졌지만 손은 계속 떨렸고, 온 몸에 힘이 없었다. 게다가 출근길에 내려 쉬었으니 이미 지각은 확정인 상황.

결국 회사 채팅으로 오늘 재택근무로 전환해야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네이버에 내 증상을 검색해봤다.

'증상이라곤 그냥 배고픈 것 밖에 없었는데? 몇 일을 굶은 것도 아닌데 배고프다고 쓰러지는게 말이 안되잖아. 뭘 잘 못 먹었나? 설마.. 나 공황장애인건가?'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확 답답해지면서 숨이 잘 안쉬어지고 눈 앞이 캄캄해졌으니 공황장애 생각부터 들었다.

'나도 모르게 공황장애가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던걸까?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데..'

뭐가 먼저인진 모르겠지만 몸도, 마음도 안좋아졌다는게 느껴져서 우울했다.

'직장에 다니니까 스트레스 받아서 몸도 병들고, 몸이 병들었는데 아파서 쉰다고 맘 편히 말도 못하네.'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일하고 싶었고, 몸이 안좋을 땐 맘 편히 쉴 수 있을 정도로 근무 시간에 제약이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 혹시라도 내 건강이 정말 안좋아지면 망설임없이 회사보다 내 몸을 먼저 선택할 수 있었으면 했다.

직장에 의지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무언가'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 글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인스타툰 형식으로 2달간 연재했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감사하게도 누적 조회수 32만을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는 만화에 다 담지 못했던 경험과 고민, 감정들, 말풍선 밖의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시리즈와 일상 만화들은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jju_purin (클릭시 인스타로 이동)

→ 이번 화는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는 걸 믿게된 이유에 연재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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