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88개 사찰순례, 오헨로(お遍路)
일본 시코쿠에 처음 간 것은 2009년 9월이었다. 여행을 갔다와서는 나처럼 낯선 곳으로 여행하고자 하지만 자료가 없어 애태우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안내를 올려야지 했는데 나의 이 끝없는 게으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10달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 몸이 쑤시기 시작하니 지난 사진을 들쳐보면서 겨우정리를 시작했다.
처음 순례길을 갈 때 내가 가지고있는 정보는 "하찌주하치카쇼"라는 것 뿐이었다. 88개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채 무조건 여행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는 2009년 7월에 출간되 경민선님의 "일생에 한번은 순례여행을 떠나라" 와 20페이지정도 밖에 안되는 론리플래닛의 자료가 전부였다. 거기다가 나는 일본어를 못한다 이런 열약한 상테에서 무조건 시코쿠행 비행기를 탔다.
시코쿠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이 다카마츠(高松)과 마쓰야먀(松山)로 일주일에 3회 운행되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카마츠까지는 에어서울이 주 3회, 마츠야마까지는 제주항공이 매일 운항되고 있다.
시코쿠의 순례길을 가기 위해서는 1번 사찰인 료젠지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1번사찰은 도쿠시마에 있고 우리나라에서 도쿠시마까지 가는 비행기 운항은 아직 없다.
도쿠시마로 가기위해서는 다카마츠까지 가서 이동하거나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가서 버스로 세토내해(瀨戶內海)를 건너 가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다카마츠에서 도쿠시마(德島)로 가기로 하였다.
일주일 휴가로 시작한 순례길이라 88개 사찰을 한번에 모두 갈 수는 없었고 우선 1번에서 시작하여 그 다음은 계획없이 가능한 만큼씩 움직일 생각이었고 처음 가보는 시코쿠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던 도고온천(道後温泉)을 가보고 싶어서 비행기는 다카마츠in 마쓰야마 out으로 예약을 했다.
다카마츠공항에는 다행이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승무원이 있었고 그 승무원의 도움으로 도쿠시마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에는 한국어 안내문도 있어 다소 안심을 했다.
그러나... 안심을 여기까지.
다카마츠공항을 떠난 후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한 마디 적혀있지 않았다. 몇년 후 다시 갔을 때는 영어는 물론 사찰의 납경소에까지 한국어 안내가 있는 것을 보았다. 다카마츠에서 도쿠시마까지는 우선 다카마츠역행 버스를 타고 유메타운까지 간 다음에 유메타운에서 고속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버스요금은 다카마츠공항 여행안내소에 물어보면 두 구간의 표를 같이 구입할 수 있다(1700엔, 그 당시 금액) 도착해서 바로 도쿠시마로 가지않고 다카마츠에 가서 하루정도 시간을 보내고 갈 생각이면 다카마츠역까지 가면 된다고 한다.
헨로미치를 갈 때는 베낭을 메고 길을 따라 걸으면서 숙소를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기에는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아서 도쿠시마 역 근처에 호텔을 예약하고 하루일정을 마치면 호텔로 돌아오고 다음날은 그 다음 사찰로 가는 방식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도쿠시마역에서 반도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고 갔다. 영산사입구까지 가는 길은 전통적인 일본가옥이 많았고 나팔꽃이 피어 있는 집이 많았다. 어렸을때에는 한옥에 살았는데 할머니가 마당에 나팔꽃을 잔뜩 심어 놓으셨던 기억이 새로왔다. 할머니는 꽃을 좋아하셔서 마당가운데 나팔꽃과 봉선화, 수세미같은 것을 많이 심어놓으셨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산사 입구에 왔다. 서양인 여행객들이 내가 사진찍는걸 보더니 이제 무슨 표시인가보라고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기있게 뒤를 돌아보며 88개 사찰중 첫번째라는 표시라고 잘난척까지 하며 영산사로 갔다
영산사에 가면 한국어로 된 자료를 구할 수 있다고 책에서 본 것 같은데 한국어로 된 책은 커녕 일본어로 된 책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순례자의 복장과 물품은 모두 갖추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모두 너무 비쌌고 우선은 납경책 하나만 사서 나왔다.
납경(納經)은 88개소를 갔을 때 마다 절에 왔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인데 300엔(그 당시 가격)에 돈을 받고 붓글씨로 가지고 간 납경책에 글씨는 써 넣어 주는 것이다. 처음엔 300엔에 돈을 내라는 것이 무척 기분을 상하게 해서 하지 말까 생각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일본절은 어딜 가나 입장료를 500~1000엔씩 받았던 기억이 나서 기념품을 하나씩 산다는 생각으로 납경을 받기로 했다.
일본인들은 옷으로 만들어진 것에 받기도 하고 여러번 다니면서 받기도 하는데 결원(88개 사찰을 모두 마치는 것)을 하면 업이 소멸된다고 믿고 소중하게 간직한다고 한다
처음에 납경책에 확인을 받을때는 아무생각이 없었는데 나중에는 진짜로 88개소 순례를 모두 마쳐서 납경책을 모두 채워넣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이신데 무슨 일을 하든 우선 가 슴 가득 욕심부터 가득차니.. 이래서 중생인가보다
위의 사진은 오헨로상이라는 부르는 88개소 순례자의 복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