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프랑스, 1998, 감독: 에릭 로메르
여름이 되면 꼭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제일 첫번째는 내사랑 티모시 샬라메의 Call me by your name이고
둘째는 에릭로메르의 해변의 폴린느이다.
2022년에 해변의 폴린느 리뷰를 적어서 올해는 사계절 시리즈를 계절마다 하나씩 클리어 해보기로 한다.
역시나 감각적인 스타팅
여름 이야기는 무슨 내용일까?
아무런 기대도 스포도 없이 그냥 봤다. 눈을 사로잡는 약간 빛 바랜듯 한 70년대를 연상시키는 색감.
아름다운 해변가
그리고 젊은 잘생긴 남자. 언뜻 보니 또 티모시를 살짝 닮은 것 같기도?
주인공 가스파르는 브루타뉴 해변으로 여름 휴가를 떠난다.
아름다운 해변가
다채로운 색감과 조화로운 풍경
평화로운 일상
마치 감독이 이 풍경 안의 누군가가 되어 가스파르의 일상을 하루하루 담아낸 브이로그 같은 느낌이 든달까.
브루타뉴에 와서 처음 만난 여자.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마고.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여자라고 생각하지만 이성적은 끌림은 다른 여성들에 비해 적었던 듯 하다. 처음에는 어느정도 선을 두며 너와 나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사이라고 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다른 여자들에게 치이더니 마고에게 들이댐.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심경의 변화를 말하는 가스파르가 좀 찌질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감독은 이런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 청춘이 갖는 불안정함. 심리적 울렁거림들을 낱낱이 보여주며
그것이 결코 찌질함이 아님을. 아니 그 찌질함마저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제 나이가 들었어... )
찌질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고에게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가식적인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청춘이니까. 그래. 이해해 ^^
아만다 랑글렛.
이 배우는 필모가 에릭로메르 세 작품에서 끊겼다. 내가 못찾는 것인지.
이렇게나 매력적인 마스크를 지니고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해변의 폴린느에서는 청소년이었는데
여름이야기는 그때보다 약 8년정도 이후의 작품이라 이런 20대의 어엿한 아가씨가 되어 나타났다.
너무 예쁘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
사실 가스파르가 브루타뉴로 여행을 온 이유는 스페인으로 떠난 여자친구와 이곳에서 만나 휴가를 함께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관계 정립이 안된 듯. 겉돈다.
여자친구는 아무래도 가스파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다. 약간의 어장관리?
가스파르는 열등감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쉽게 그녀를 떠나가지도 못한다. 그 와중에 만난 마고의 친구. 이 구역 퀸가 솔린.
솔린은 여기 나온 세 명의 여자 캐릭터 중 가장 선이 굵고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확고하다.
화끈하고 맺고 끊음이 확실한 솔린.
가스파르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친해진다.
드디어 애매한 타이밍에 등장한 원래 여자친구 레나.
셋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가스파르와 어울리지 않는 타입이다.
자기애가 강하고 자존심이 세며 가스파르보다 자신이 굉장히 우월하다고 느끼는 여자.
이런 여자에게 왜 끌리는지 모르겠는 가스파르.
결국 해변 산책 중 대판 싸우게 되고
가스파르는 세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며 동시에 두 명의 여자들에게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만나야 하는 약속을 받게 된다.
과연 가스파르의 선택은?
그는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고, 브루타뉴를 떠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고백을 마고에게 남긴채.
누군가는 이게 무슨 영화야? 어리둥절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20대가 갖는 청춘의 불안정함. 우유부단함 마저도 젊음의 상징이라고 여길 수 있다면.
그 또한 부러워할 누군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담았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로 볼 수 있다.
잔잔하고 예쁜 풍경에 어울리는 음악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 여름에 어울리는 과일 향이
솔솔 풍기는 그런 영화다.
나의 올해 영화도
에릭 로메르의 여름이야기와 같이 아름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