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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Nov 13. 2022

무비토크 #20.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전시회)

미스터리, 독일/영국, 2018 개봉, 감독: 웨스 앤더슨

이보다 더 화려하고 동화 같은 영화가 또 있을까?

영화 속에 들어가 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색채감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걸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오랜만에 다시 보고 포스팅해본다.

생각보다 오래전 개봉을 한 이 영화는 작년 티모시 샬라메가 나와 많은 화제가 되었던 '프렌치 디스패치'의 감독 웨스 앤더슨의 2014년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개봉을 했나 보다.

 


2021년 11월부터 22년 7월까지 성수동 그라운드 시소에서도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했다. 물론 나 또한 올해 6월쯤 다녀왔는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전시회 끝물에 다녀왔지만 여전히 관람객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았던 전시회였는데 아마도 웨스 앤더슨 감독이 사랑해 마지않은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감이 사용된 다양한 국가의 아름다운 장소에 담긴 추억을 소재로 삼아 코시국에 지쳐있던 많은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눈으로나마 해소해주어 인기가 있지 않았나 싶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회


이번 포스팅은 긁어모을 수 있는 영화의 공식 포스터와 스틸컷을 모두 담을 예정이다.


무채색에만 길들여졌던 우리의 안구에 생동감 넘치는 따뜻한 파스텔 톤의 화려한 색채로 조금이나마 모두의 마음이 즐거워졌으면 좋겠다.

색채의 힘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이 영화의 최초의 시작인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마담 D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강렬한 빨강과 보색인 보라색의 대비가 고급스럽다. 파스텔 은은한 핑크의 배경과 은은한 노랑의 조화 또한 역시 예쁘다. 처음에는 분장 때문에 틸다 스윈튼 얼굴인 것 같은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돈 많은 푼수 할머니 역할을 찰떡같이 해낸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고고한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나 명배우다.  


마담 D는 죽기 전 유언으로 자신의 연인이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최고의 컨시어지 '무슈 구스타브'에게 엄청난 가치의 그림과 함께 전재산을 유산으로 남겼다.

유산 상속에 눈이 먼 그녀의 망나니 자식들과 갈등이 생기며 구스타브는 마담 D 살해의 누명을 쓰게 된다. 그 누명을 벗기 위해 구스타브는 호텔 로비 보이 신입이었던 제로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몇 차례의 생사 고비를 넘기며 생겼던 꿈같은 일들은 부호가 된 제로가 늙어 어느 소설가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주며 책으로 쓰이게 되는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구스타브는 결국 감옥에 들어가게 되지만 긴 여정 끝에 감옥에서 탈옥하고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구스타브를 노리는 마담 D의 무자비한 자식들과 탈옥수가 된 그를 쫓는 군인들로부터 위험천만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도망치는 상황에서도 씻지 못해 나는 역한 냄새를 향수를 뿌려 가리는 매너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마담 D의 아들에게 살해된 집사를 위한 짧은 묵념

감옥에서도 어른으로서 제로의 여자 친구에게 선물한 티슈로 만든 튤립 꽃다발

절벽에서 죽기 직전 매달려서도 마지막 유언처럼 읊조린 시  

어느 급박한 상황이라도 품위를 지키며 모두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구스타브의 말과 행동은 매너 있는 '신사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다.


구스타브는 목숨을 걸고 자신의 탈옥을 도와주고 묵묵히 자신의 옆을 지켜준 제로에게 호텔 부다페스트의 경영권을 넘긴다. 그리고 제로는 사랑스러운 맨들스 케이크 가게 아가씨인 아가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된다.  


이야기의 결말은 아름다운 배경과 동화 같은 구성과는 달리 다소 씁쓸하다.

구스타브는 계속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어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전쟁 중 삼엄해진 경계 탓에 기차에 올라 탄 군인들에게 특별 여행 허가 서류를 보여주지만 휴지 조각처럼 찢기게 되고, 이에 항의하다 총에 맞아 죽는다.

세월이 흘러 2년 후 제로의 아내가 된 아가사와 그들의 아이는 전염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 영화의 유일한 흑백 장면.

세 명의 아름다운 이들의 마지막 작별의 순간이다.


대부분의 동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에 반해,

이 영화는 외관은 예쁘장한 동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결말은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참담함 현실 속 부서져 가는 인류의 희망을 역설적으로 담아 극적인 대비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려 여운이 길다.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구스타브가

도살장처럼 변해버린 잔혹한 세상 속에서 죽음으로 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피워낸 한줄기 희망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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