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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Jan 21. 2023

[겨울/우정여행] 제주도 여행 1일차_쉼표를 찾아서

제주 구좌: 니모메빈티지스튜디오, 명진전복, 스누피가든 /서귀포:더본호텔

어느새 흘러가버린 2022년.

올해도 아니 작년도 정말로 열심히 살았다. 진짜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알차게 출력량 2000%로 달려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출력량으로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과 나도 모르게 앞만 보고 경주마처럼 달리는 관성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주변을 함께 보는 균형감각을 잃으면 안 되겠다 싶다가도 나도 모르게 자꾸만 무리해 버리는 경향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너무도 감사하게 어디 뚜렷하게 아픈 곳도 없고 너무너무 건강한 육신과 정신으로 30대를 잘 보냈다. 이러다가 언제고 한 번 크게 아플까 봐 그게 두렵다.

실질적으로는 올해부터 나는 빼박 마흔이다.

40대에 돌입한 이 얼떨떨한 시기에 도입된 '만 나이 적용' 덕분에 30대의 마지막 한 해를 덤으로 살게 되었다. 이 귀중한 30대 마지막 겨울방학은 온전한 '쉼'을 위해 떠나기로 한다.

그렇게 나는 20년 지기 친구 조민과 제주도로 향했다.


우정 여행이라고 제목을 붙이기 낯간지럽지만 내 대학동기 조민과는 지금껏 수많은 여행지를 함께 해왔다.

2016년 스페인을 필두로 베트남, 러시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 밖에 수많은 국내 여행지를 함께 쏘다니며 그렇게 같이 추억을 쌓고 같이 성장했다. 이제는 척하면 척, 서로가 많이 닮은 모습으로 그렇게 의지하며 지내는 내 소중한 여행 메이트이자 소울 메이트와 떠나는 첫 제주 여행.

무슨 일인지 우리에게 제주도는 몇 번이고 같이 가려고 했지만 쉽사리 허락되지 않았던 땅이었다. 매번 예약을 해 놓고도 태풍이다, 폭설이다 이유도 다양한 기상문제 때문에 번번이 취소되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한 달 전에 이미 예약을 끝마쳐놓고 무슨 일이 생겨도 가는 거라고 밀어붙였다.

 

그리고 1월 15일

나는 김포공항에서, 친구는 청주공항에서 각각 출발하여 제주에서 만났다.


두둥실 흘러가는 구름. 설레는 출발
평소에 눈에 안 들어오던 이런 포토존도 여유가 생기니 보인다.

친구와 만나 알프스 렌터카에서 K3를 저렴한 가격에 인수를 받고 바로 떠난 곳은 카페. 카페인 수혈을 위해 근처에 있다는 멋진 카페에 들러 보기로 한다. 이곳은 저번 가족여행 때 조민이 갔던 곳인데 좋았다고 추천해서 바로 출발.  



1. 니모메빈티지라운지

월~일 : 10:00~21:00
라스트오더: 20:30


제주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서 오는 날 잠시 들렸다가 떠나도 좋을 만한 곳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 빨리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마침 한 숨 돌리기에 딱 적합한 곳이었다. 주차 공간도 협소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그렇게 사람이 많거나 다닥다닥 붙어 앉는 공간이 아니라서 바다 전망을 느끼기에도 좋았다.

바깥 전경은 이렇게 분위기 있는 큰 나무와 잔디 정원 그리고 그 너머에 낮게 깔린 구름과 바다가 하나로 뒤섞인 푸르름이 어우러져 흐린 날씨에도 운치가 느껴졌다. 다른 계절에 오면 또 색다른 느낌일 듯하다.

이렇게 통창으로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명당자리는 이미 다 찼다.

그리고 우리가 주문한 스트로베리 티라미수와 카멜 비엔나, 아메리카노 너무 예쁘고 맛도 고급스럽다.


숙소가 죄다 서귀포 쪽이라 가기 전에 미리 점심부터 먹었어야 했어서 카페에서 찾아본 전복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곳도 카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명진 전복'

수요미식회에도 나오고, 무엇보다 제주스러운 따뜻하고도 맛깔난 음식을 도착 후 첫 끼니로 먹고 싶었는데 전복돌솥밥이 딱이었다. 20년쯤 가까이 지내다 보니 서로 느끼는 취향이나 입맛, 먹고 싶은 타이밍도 비슷해지나 보다.  



2. 명진전복 

월~일: 9:30~21:30 , 화요일 휴무
라스트 오더: 20:30


어김없이 보이는 바다.

제주는 섬이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전복

윤기가 좔좔 흐르는 전복은 옆에 있는 다양한 버전의 소스와도 함께 찍어먹을 수 있고, 버터를 녹여 버터구이처럼 먹을 수도 있었다. 탱글탱글한 전복이 입안 가득 들어올 때 퍼지는 그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내 위장을 요동치게 했다. 먹으면서도 배가 고파서 계속 들어가는데 느끼하지 않아서 그런지 먹고 나서도 굉장히 깔끔하고, 몸보신을 잘했다는 기분이 드는 좋은 음식이었다.

마지막에 등장한 전복돌솥밥. 고소한 내장과 함께 비벼 나오는데 밑바닥 눌은밥에 부어 놓은 누룽지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둘이 먹기에 딱 좋은 양이었다.



동선이 살짝 꼬이긴 했지만 제주도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데 한 시간밖에 더 걸리겠어? 싶어서 중간에 들린 스누피가든. 사실 이곳은 내가 가고 싶어서라기보다 친구가 스누피 팬이라 무조건 꼭 가야 한다고 적극 어필을 해서 가보기로 했다. 날씨도 꾸물거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다나 자연경관을 더 구경하기 조금 힘든 상황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규모가 크고, 굉장히 공들여 많은 곳이었다. 가족 단위로 아이들과 함께 봄에 오면 훨씬 좋을 것 같다.  


3.스누피가든


*매일 / 동계 10월-3월 09:00 - 18:00
           하계 4월 - 9월 09:00 - 19:00
*테마 홀 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이용요금
성인:18,000원 (단체: 15,000원) - 20세 이상
청소년: 15,000원 (단체:13,000원) - 14~19세
어린이: 12,000원 (단체:11,000원) - 36개월~13세
제주도민, 경로 65세 이상,: 20% 할인 (신분증 소지자에 한해 적용)
장애인, 국가유공자: 9,000원

주차장이 꽉 찰만큼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지만 규모가 워낙 커서 실내에는 사람이 그 정도로 많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스누피 가든하우스 내부에 들어오면 마치 만화 속에 들어온 듯 귀여운 스누피와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일상 속 에피소드들을 가득 볼 수 있다.  


스누피 가든 하우스를 다 보고 밖으로 나오면 걸어서 다 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부지의 야외 가든이 펼쳐진다. 날씨만 좋았다면 사진 찍으며 훨씬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겠지만 비까지 오는 바람에 걸어서는 비글스카우트 캠프와 피너츠 사색들판까지만 보고 나머지 깊은 곳은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보기로 했다. 셔틀버스는 30분에 한 대씩 버스 정류장에서 탑승 가능하며 예약 신청은 QR코드로 쉽게 할 수 있었다.


버스투어로 돌아본 스누피가든 야외 가든

그리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반드시 들려야 하는 굿즈샵.

이곳에서 조카들에게 선물해 줄 작은 포크와 스푼 세트를 구입 후 행복해하며 다시 길을 나섰다.


4. 더본호텔


1시간 20분쯤 달려서 도착한 더본호텔 제주.

3년 전 태풍이 불어 못 갔을 때에도 이곳에 묵으려고 예약까지 다 했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여행길이 끊기고 이제야 여기에 와보다니 감회가 새롭다.


제주도 백종원 호텔로 유명한 더본호텔에는 백종원 베이커리 등 체인들이 많이 입점해 있고, 그 주위에도 백종원 고깃집 브랜드인 다다익고 등과 제휴를 맺어 쿠폰을 엄청 준다. 덕분에 여러 가지로 기분 좋게 이용하고 다녔다.


더본호텔 전경
1층 로비

원래는 3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란 걸 체크인하고 나서야 알게 됨 ㅋㅋㅋ 아고다에서 검색 결과 이 방밖에 없어서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바로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방이 널찍하고 괜찮았다. 물론 뷰는 귤밭 뷰라 포기. ㅋ 2층인데 어차피 첫째 날, 둘째 날은 저녁 늦게 들어올 거라서 뷰를 볼 일이 많지 않았다.

다만 퀸 사이즈 침대는 나름 괜찮았는데 싱글베드 스프링이 허리에 배겨서 잠을 설쳤다 ㅠㅠ

허리가 안 좋아져서 얼마 전 침대를 꽤나 거금을 주고 좋은 것을 들여놓았더니 사람 몸이 이렇게도 간사한가.  호텔 침대도 어지간하면 등에 배기는구나...  

우리가 묵은 깔끔한 디럭스 트리플 룸


집에 들어왔을 때가 벌써 6시 즈음이라 침대를 보자마자 눕고 싶었지만 점심에 먹은 전복은 이미 소화가 다 된 상황. 얼른 씻고 치맥을 하기로 결정.




5. 저녁은 치맥


‘여기까지 와서 치맥이야?’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이번 여행 컨셉은 철저하게 힐링!

그냥 되는대로 최대한 편안하게 다녀 보자는 취지.

사실상 잘 되지 않았다.

우리는 기계처럼 스케줄을 짜려 들었고, 시간 계산을 하며 동선을 이미 짰으며, 가성비와 우리의 컨디션, 효율과 감성 지수를 찾아 카페, 볼 곳, 미술관, 관광지 등 리스트업을 이미 마쳤다.

그렇지만 제발 우리 이러지 좀 말고 핸드폰도 보지도 말자며 '쉼'을 의식적으로 행했다.


그렇게 정해진 될 대로 돼라 저녁은

BHC맛초킹과 맥주.

아침부터 고되기도 했고 방학 후 나는 기초학력캠프로, 조민은 동생 육아 도우미로 그간 피로가 쌓인 상태라 추운 밖에 나가 뭔가를 먹고 싶진 않았다.


첫 잔의 쌉싸름한 맥주의 탄산기가 식도를 넘어가자 그제야 뭔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간의 긴장이었을까. 피로였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 한 해 동안 고생 많았다며 다독이는 이 시간 이 시간이 바로 힐링이다.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여행 다닐 수 있을까?

건강하자.

건강해야 해.


그래도 내일 동백꽃은 보러 꼭 가보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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